이우환이 거짓말 하나? 경찰이 거짓말 하나?
"경찰 수사관 4명과 함께 취조실에 있었는데. 한 분이 '다른 분들 나가세요.' 하더니 조용히 내보내요. 그러고 나서는 '그러지 마시고 이 네 점(구속된 위조범이 위조했다고 밝힌 작품)은 가짜로 하시고, 다른 건 진작으로 하시죠'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니 이게 다 내 건데, 어떻게 사실이 아닌 것을 꾸며내나요." (이우환 화백)
"이 화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 화백과 단둘이 남았던 적은 있지만 회유성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수사 과정에서 대상자의 솔직함을 이끌어내기 위해 단 둘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고, '권위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 소신대로 감정해달라'는 취지로 말했을 뿐 '4점만 위작으로 하자'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
이우환 화백(80)이 울분 가득한 표정으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작품을 그린 작가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고, 다른 사람들 말만 믿는다는 이야기와 함께. 2차 경찰조사가 끝난 지 이틀째인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우환이 경찰의 회유가 있었다고 폭로하고 경찰은 '거짓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사건은 더욱 더 깊은 미궁에 빠졌다.
이날 자신의 법률대리인인 최순용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연 이우환은 지난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진행된 2차 조사에서 경찰로부터 협상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조사 당시 모든 상황을 녹화했고 그러한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답변에 대해 이 화백은 "없었던 말을 지어냈겠냐"며 항변했다. 이 화백은 지난 1, 2차 감정에서 자신이 확인한 13점의 작품 가운데 단 한 점도 위작이 없었다고 확신했다. 1차 감정 당시 위작 여부에 대해 취재진에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가, 2차 감정이 끝나고야 입을 열어 '내부 조율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샀던 상황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이 화백은 "경찰에서 그림을 보여줄 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 것이 맞다'고 다 확인을 했었다"며 "다만 1차 때 경찰 측에서 강력하게 위작이라고 주장하고, 나도 한 번 더 들여다봐야겠다는 생각에 돌아갔다가 2차 조사 때는 경찰서에 내 화집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설명하고 싶었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국내에서 감정을 요구받은 내 작품 가운데 노후화되거나 잘못 보수가 된 경우는 있었으나 위작은 한 번도 없었다"며 "위작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본 것 중에는 없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화랑에서는 두 건의 위작을 본 적이 있었지만 모두 내 작품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압수된 화랑 측과의 커넥션, 혹은 작품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인해 위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관점에 대해서는 "제발 그런 생각은 말아달라"며 "그 작품들이 위작이라는 주장에 구체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특정인의 말을 듣고 위작이라는 이야기를 믿는 것이 누가 판 건지 모를 함정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8일 작가감정을 위해 경찰을 찾은 이 화백과 경찰이 단 둘이 남았던 적은 있지만 회유성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화백과 경찰이 단 둘이 남은 적은 있었으나 '4점만 위작으로 하자'는 얘기는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사건이다. 일반적 이해관계로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다. 그러나 국과수의 과학적 감정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화백이 말한 “위작이라는 주장에 구체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라는 언급이 신빙성이 없는 이유가 충분히 과학적 구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화랑계의 커넥션을 더 면밀하고 깊이 들여다 볼 일이다. 이 관계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화백은 자신작품 가격이 워낙 고가이기에 그에대한 체면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그래서 신뢰성있는 감정이 중요하다. 작가도 못믿고 진품과 위작이 마구 섞여 판매되는 곳이 우리 화랑계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