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야당대표 나란히 국민께 사과, 서영교 패밀리 갑질, 리베이트 의혹 박선숙 검찰출두
더민주당, 공천과정서 서영교 문제 이미 알고 있었던 혹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7일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로인한 두 당의 여러 가지 당내문제들이 연이어 차분히 정리될지는 미지수다. 4·13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연출, 거야(巨野)로 20대 국회의 문을 열었지만 시작부터 도덕성과 직결된 대형 악재를 각각 만나면서 휘청거리는 와중이다. 더민주는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국민의당은비례대표 7번인 김수민 의원의 총선 홍보비 파동으로 촉발된 '검풍'(檢風)이 강타하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두 야당으로선 20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와 '흙수저-금수저'로 대변돼온 사회 양극화·청년 실업 문제 등의 어젠다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더더욱 이번 사태들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반부 대여공세의 동력이 약화, 정국 주도권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데다 개혁 이슈 선점경쟁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점도 있다. 두 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단호한 대처를 다짐하며 파장 확산에 나섰지만, 두당 모두 초기 대응이 안이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다.
더민주의 경우 서 의원 의혹이 총선 당시 이미 제기돼 공천이 보류되기도 했으나 결국 지도부가 공천장을 줬고, 국민의당도 일찌감치 관련 의혹이 보고됐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넘어갔다. 이날 두 당의 회의 분위기는 양쪽다 무겁게 가라앉았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언론에 보도되는 서 의원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당무감사를 통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공개사과했지만 서의원의 법사위원직 사퇴와 당무감사만으로 결정될 사안도 아니다.
김대표는 "특정한 목표를 내걸고, 그 목표가 정당하기 때문에 과정에서 다소 도덕적 불감증이 있어도 지나갈 수 있다는 의식에서 철저히 벗어나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도덕적 지탄을 면할 수 없고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중요한 건 재발방지 대책"이라며 지탄 받는 사례 리스트 마련 등 방지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보좌진 채용의 기준, 후원금 등 늘 범할 수 있는 낡은 관행을 잘 정리해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원내차원에서 대책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권 내려놓기에 대한 법 개정 작업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문친노계의 전횡에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당 박선숙, 검찰 출두, 새정치 표방 안철수에 치명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박선숙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소환한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홍보비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대국민 사과와 함께 엄정한 조치 의사를 밝힌 것도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모두발언을 건너뛰었고, 다른 참석자들도 발언을 아끼면서 공개회의는 이례적으로 5분만에 끝났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파동에 대한 조치와 관련, "현재 당헌당규도 기소만 돼도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당원권 정지가 돼 있는데 국민정서는 상당히 가혹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잘 감안해 당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엄정 대처 방침을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당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같은 당 박선숙 의원은 비례대표 김수민 의원에 이어 27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께 회색 줄무늬 정장 차림에 검은색 가방을 들고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했다. 취재진 앞에 선 그는 "기대하고 지지해주신 많은 분들께 큰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하다.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실관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리베이트와 관련해 당의 지시가 있었는지, 사전 논의가 있었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청사로 들어갔다. 박 의원은 리베이트 수수를 사전에 논의하고 지시한 혐의로 왕주현 사무부총장, 김수민 의원과 함께 중앙선과관리위원회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왕 부총장은 홍보업체 브랜드호텔 관계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국민의당 선거 홍보 TF에 대가를 지급하려고 선거 공보물 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 대행을 맡은 세미콜론에 광고계약과 관련한 리베이트 총 2억1천620여만원을 요구, TF에 이를 지급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비례대표 공천을 받기 전까지 브랜드호텔 대표였으며 TF에도 참여한 김 의원은 23일 소환 조사에서 국민의당이 아닌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은 것은 왕 부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바로 다음날 왕 부총장에 대한 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총선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박 의원이 왕 부총장의 범행을 몰랐을 리 없다고 보는 검찰은 박 의원이 이를 지시했거나 보고를 받고도 묵인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왕 부총장도 이날 오전 10시 10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려고 서울서부지법에 출석했다.
왕 부총장은 선관위에 허위로 선거비 보전 청구를 한 사실을 인정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조미옥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며, 구속 여부는 오후 늦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9일 사건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하면서 본격화된 이번 수사는 이날 핵심 관계자 두 명이 각각 검찰과 법원에 출석하면서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건 성격이 당직자 개인의 일탈인지,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날지 여부가 이날 박 의원 조사 등 결과에 따라 갈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지만 이 사건을 초기부터 과연 안철수 대표가 몰랐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는 국민이 없다. 새정치를 매번 표방해 온 안철수 대표에게는 정치적 치명타가 될 사건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