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 주중 소환예정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의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의혹의 핵심에 있는 김 의원을 이번 주중 소환해 조사한다. 19일 정치권과 검찰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도균 부장검사)는 김 의원을 23일 불러들여 조사하기로 조율을 마쳤다. 이번 사건과 관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국민의당 인사는 김 의원과 박선숙 의원, 왕주현 사무부총장 등 3명이다. 16일 왕 사무부총장을 소환한 검찰은 14시간에 걸친 조사에서 국민의당 측이 홍보 업체들에 리베이트를 요구한 정황을 어느 정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민 의원 조사에 이어 검찰은 선거 당시 사무총장으로서 당 회계책임자였던 박 의원을 관련 주요 인사 가운데서는 마지막으로 소환해 리베이트 수수 과정 전반을 지시했는지 규명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 당시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선거공보를 제작한 인쇄업체 비컴과 TV광고를 대행한 세미콜론 등 업체 두 곳으로부터 자신이 대표로 있던 디자인 관련 벤처기업 브랜드호텔과 허위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1억7천820만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세미콜론은 체크카드를 발급하는 방식으로 국민의당 선거홍보 관련 팀원에게 6천만원을 추가로 건네기도 했다. 선관위는 박 의원과 왕 부총장도 리베이트 수수를 사전에 논의하고 지시한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국민의당은 비컴 등이 자체적으로 홍보를 기획하고 로고 등을 디자인할 능력이 없어 브랜드호텔이재하청을 받았으며, 따라서 브랜드호텔로 흘러들어간 돈은 리베이트가 아니라 정당한 노무비라고 주장해왔다.
또 이처럼 복잡한 계약 형태와 계약서를 뒤늦게 작성한 점 모두 업계의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자금 흐름이 리베이트에 해당하는 점을 입증하는 데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이 과정에서 당직자들의 지시와 모의가 있었는지에 맞춰지는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관행인지 아닌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면 그 자체로 사법 처리 대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수민 사퇴론’ 솔솔
한편, 김수민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밀실 공천 의혹'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당이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이번 사태에 대해 말바꾸기 논란에 시달리는 안철수 대표도 덩달아 비판 여론에 직면해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김 의원이 모종의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에서다. 이는 김 의원의 자진 사퇴를 의미한다.
물론 당내에서는 '한번 밀리면 계속 수세에 몰릴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먼저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논리다. 여기에 '검찰 수사에서도 별로 새롭게 제기될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답답하다", "당사자가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지역구에서 비판 여론에 시달리는 현역 의원 중 일부는 김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줬으면 하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당의 한 지역구 의원은 "공식적으로 그런 얘기(김 의원의 사퇴)는 없는 거 같다"면서도 "당에서 뭐라고 하겠냐. 저도 답답한 부분이 있다"는 심정을 밝혔다. 뭐 하나 속시원히 밝혀지는 것 없이 의혹만 추가로 제기되면서 시간이 흘러가자 국민들은 국민의당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파동에 휩싸인 뒤 국민의당 지지율은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14~16일 전국 성인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조사(집전화 RDD 보완) 방법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3%) 국민의당은 정당지지도에서 15%를 기록, 3위에 머물렀다. 전주 대비 2%p 하락한 국민의당 지지율(15%)은 4·13총선 이후 최저치다. 총선 이후 줄곧 20%대 지지율을 유지해 오던 국민의당은 6월 첫주(21%) 이후 최근 2주 연속(17%→15%)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홍보 업체와의 계약 문제에 대해 '업계 관행'이라는 국민의당의 해명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당 진상조사단마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히며 활동을 종료하자, 비판 여론은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국내 디자인기업 5,500여곳으로 이뤄진 사단법인 한국디자인기업협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김 의원의 리베이트 논란에 관해 대한민국 디자인산업계 전체가 공분을 느끼고 있다"며 "김 의원 사태로 인해 더 이상 제작업체와의 리베이트가 마치 디자인업계의 정상적 거래 관행인 양 치부돼서도 매도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울뿐인 금수저 청년창업 CEO 모델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디자인산업 관계자들에게 더울 좌절감만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당 내부는 안 대표만 바라보는 실정이다. 안 대표가 결단을 내려 김 의원이 스스로 사퇴하도록 해야 이번 파문이 어느정도는 진정 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에서다. 하지만 아직 당 고위 관계자들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김수민 의혹'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이상돈 최고위원은 17일 김수민 의원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그런 부분이 앞으로 검찰 수사 추이를 봐서 당 지도부가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