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피아' 그들은 누구인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박원순 서울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메피아의 씨앗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의 구조조정이 첫 시발이었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이들 메피아들 자리의 상당수는 좌파 노조·정치인·시민단체 출신 등이 꿰찼는데 그중 핵심 고위직은 박원순 사단이 돋보였고 이들은 대게 비전문가가 대부분이었다. 박 시장 취임 후 서울메트로의 사장·감사·이사 등 고위직은 노조·정치인·시민단체 출신 비전문가로 대거 채워졌다. 이 때문에 박 시장과 인연 있는 인사들이 서울메트로의 핵심 보직을 꿰차고 일반 직원들은 퇴직 후 스크린도어 관리 용역업체로 옮겨가는 이중의 낙하산 구조가 이번 사고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이 심각하게 대두, 나오고 있다.
5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통합 무산에 책임을 지고 지난달 물러난 이정원 서울메트로 사장은 전국증권산업노조위원장 출신이다. 이 전 사장은 2014년 2월 서울메트로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입사해 6개월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며 부적절한 인사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서울메트로 감사를 맡은 지용호씨는 전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 출신이었고 안철수 대선후보캠프 부대변인 출신인 이숙현씨와 서울민주청년단체협의회 의장을 지낸 김종원씨는 서울메트로에서 사외이사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오건호씨도 서울메트로 사외이사로 재직했다. 이 같은 서울메트로의 낙하산 관행은 그대로 일반 직원들에게도 이어졌다. 숨진 김군이 일했던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용역업체 은성PSD의 직원 40% 이상은 서울메트로 출신 임직원들이었고 이들은 다른 직원보다 2∼3배 많은 월급을 챙겼다. 박 시장의 보은성 인사를 통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서울메트로 고위경영진이 직원들의 ‘메피아(서울메트로+관피아)’ 관행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박 시장은 관피아에 대한 자신의 책임에 대해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다. 박 시장은 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방송에서 “서울시에도 관피아가 있었다. 철피아·메피아·관피아를 근절하겠다”며 책임 논란과는 선을 그었었다. 서울메트로의 임원을 비롯한 부서장과 팀장 이상 모든 간부는 이날 긴급 간부 대책회의에서 사표를 제출했다. ‘혁명’ 수준의 조직쇄신 방안을 지시한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담당 간부에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보상금 한푼도 없고 메트로출신은 복지비,교통비 1억원 주는 메피아
서울메트로는 은성PSD와 용역 계약을 맺을 때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들에게만 약 1억 원의 복지비와 교통비를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은성PSD가 직접 채용한 직원은 복지비는커녕 사고를 당했을 때 받는 보상금 규정도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5일 “은성PSD가 지난달 28일 구의역 승강장에서 숨진 김군 유족에게 줄 보상금이 없다고 밝혀와 현재 유족과 협의하고 있다”며 “서울메트로 차원에서 최대한 협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와 은성PSD가 맺은 용역 계약에 따르면, 은성PSD 종사자에 대한 재해 보상 책임은 모두 은성PSD가 진다. 하지만 유족에게 보험금 외에 별도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은 계약에 담기지 않았다. 은성PSD는 ‘자금 부족’을 이유로 보상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반 직원에 대한 보상금 규정은 없지만 서울메트로 출신 ‘낙하산’ 직원에 대한 임금과 복지비 규정은 철저히 지켜졌다.
은성PSD의 ‘2015년 인건비’ 자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 38명은 지난해 선택적 복지비와 교통보조비, 건강검진비 명목으로 총 9797만 원을 받았다. 1인당 임금 외 복지비로만 약 258만 원을 챙긴 것이다. 용역 계약서에는 서울메트로 출신 직원에겐 서울메트로와 같은 수준의 복지비를 주도록 명문화돼 있다. 은성PSD가 자체 채용한 직원들은 35만 원의 건강검진비만 받았다. 한편 서울메트로 임원과 부서장, 팀장 등 간부 180여 명은 이날 열린 대책회의에서 모두 사표를 제출했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직무대행은 “간부들이 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면 예외 없이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메트로 7일 고위직 본부장급2명 감사등 총3명만 사표수리, 5명 직위해제
한편, 서울메트로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7일 본부장급 5명 중 2명과 감사 등 총 3명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고 사고 관련 업무의 책임자 등 5명을 직위해제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8월 1일 임기가 만료되는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안전관리본부장)의 사표는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일단 수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서울시는 6일 최근 사고와 관련 ‘서울메트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 신재준 경영지원본부장, 최승봉 기술본부장을 비롯 지용호 감사는 사표를 수리하고 승강장안전문(PSD) 업무 책임자인 김성렬 설비처장과 전자사업소장, 승강장안전문 관리팀장, 그리고 사고 당시 구의역 사업현장 업무를 관리한 구의역장, 구의역 담당직원 등 5명은 직위 해제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인사권자인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에게 통보했다.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의 사표 수리는 임기가 오는 8월 1일인 점과 사고 수습 그리고 새 사장 선임시 지도부 공백을 우려해 보류됐다. 윤준병 서울시 교통본부장은 “이날 아침 서울메트로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때까지 현 책임자 정수영 직무대행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기로 했다”며 “사표 수리 대상자와 문책은 정수영 사장직무대행에게 맡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표 수리는 이번 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 부서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현재 공모중인 대표이사가 새로 오면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 교통위원들은 이번 기회에 본부장 4명 전원의 사표수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용호 감사는 이번 사고로 박원순 시장의 낙하산 인사가 도마에 오르자 사표가 수리된다. 실제 지용호 감사는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수석부위원장 출신이나 직원들의 평가는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인해 임기를 1년여 남기도 물러나게 됐다. 본부장 2명과 감사가 공석이 된 서울메트로는 당분간 처장 체제로 비상 운영된다. 특히 기술본부장 사표 수리와 설비처장의 직위해제로 공백이 가장 큰 기술본부는 조만간 설비처장 후속인사가 날것으로 보인다.
구의역 사망사고 전인 지난달 24일자로 이정원 전 사장이 물러난 뒤 대표 자리가 공석인 서울메트로는 그동안 정수영 안전관리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서울메트로는 향후 조직 쇄신방안과 관련해 소속장이 대책을 내놓지 못하거나 비슷한 사고가 재발할 경우 사표를 수리할 예정이다. 정수영 사장 직무대행은 ‘혁명’ 수준의 조직 쇄신 방안을 지시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담당 간부가 책임질 것을 약속 받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날 “예산이나 규정을 핑계로 업무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즉시 엄중 문책하고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켜보는 국민의 분노는 식지를 않고 있으며 여전히 메피아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