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오래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다"? “조영남이 무슨 화가? 작사 예술가?”
"화투 오래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다." 조영남은 작사자이며 화가인가? 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이 '대작 논란'에 휩싸인 뒤 처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8일 부산에서 열린 '2016 쎄시봉 친구들 콘서트'에서다. 조영남은 수염도 깎지 않고 비루한 모습으로 무대에 올라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영남은 관객을 향해 "노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수면제를 먹어 정신이 몽롱하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호하게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어른들이 화투 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오래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했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조영남의 오랜 친구이자 쎄시봉 멤버 윤형주가 입을 열었다. 윤형주는 "조영남이 며칠 동안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고 환기했다. 이어 "오늘은 (조영남을) 가수로 봐 달라. 마지막 무대가 될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더했다. 이날 조영남은 '제비' '딜라일라' '모란동백' 등 3곡을 불렀다. 그는 노래를 부르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즐거워야 할 콘서트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화투 소재 그림을 발표하며 화가로도 유명세를 얻은 조영남은 최근 '대작 논란' 중심에 서 있다. 화가 송기창씨가 지난 8년간 조영남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렸다고 주장함에 따라 검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춘천지검은 29일 송씨 등 조영남의 그림을 대신 그린 화가들을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조영남의 소속사 대표 겸 매니저가 2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조만간 조영남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그의 공연은 실어증에 걸린 가수의 공연으로 또 한 번 대중의 비웃음을 샀다. 노래 중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보였다고 하지만 보통사람으로선 흉내조차 내기 힘든 뻔뻔함에 존경심을 느껴야하나 잠시 머리를 정리하게 된다. 조영남은 콘서트 마지막 곡으로 '모란동백'을 선택했다. 자신의 장례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른 모란동백은 화개장터와 더불어 대형가수로는 이해하기 힘들정도로 몇개 안되는 조영남의 대표 히트곡이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조영남은 '모란동백'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만든 곡이라면서 특별한 의미와 애정을 말하기도 했다.
특유의 재기 넘치는 화술로 "가수들이 죽으면 '가수장'을 하는데 고인의 히트곡을 후배들이 같이 부를 때 히트곡이 밝은 노래라서 낭패를 볼 때가 있었다고 설명해 웃음을 주었다. 울어야 할 장례식장에서 웃음이 터지는 괴로운 상황을 겪고 나서 자신을 생각하니 자칫 '구경 한 번 와 보세요'란 '화개장터'를 부르게 될 것 같아 '모란동백'을 만들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조영남이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만든 곡으로 선전한 '모란동백'도 원래 조영남이 만든 곡이 아니다. 원제가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인 이 시를 쓴 작가 이제하는 시인이며 소설가, 화가, 음악가인 이 시대 최고의 예술인이다. 1998년, 이제하 시인은 자신의 시에 직접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들었다.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시를 좀 써본 사람들이나 프로 시인들에게 물어도 명시의 반열에 드는 시다. 온갖복잡한 노인의 심경이 맑디맑은 푸른 청년의 언어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서정을 잘 다스려 메타포, 이미지 처리도 기가막히면서도 쉽고 고운 우리말로된 명시다. 팔순임에도 청년 같은 이제하 시인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초야에 묻혀있는 분이다. 문학상조차 거부한 기인이지만 아무 곳에도 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으로 부러움을 산다.
이제하씨에게 '김영랑, 조두남, 모란, 동백'을 받은 조영남은 모란동백으로 제목을 바꿔 크게 인기를 얻었다. 참으로 조영남은 운이 좋은 것인가? 그런데 노래가 국민가요로 사랑을 받게 되자 조영남은 슬그머니 자신이 만든 노래인양 모란동백을 포장했다.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특별히 고심하며 만들었다는 기막히게 유머스러운 소설까지 곁들여서다. 조영남은 단 한번도 공연이나 방송에서 자신이 부르는 이 노래가 이제하 시인이 작사자라고 말한 바가 없다. 이 정도라면 원작자가 환장하여 펄펄 뛸만한 허언임이 분명하지만 이제하 선생이 워낙 초연하신 분이라 별 말썽이 없이 넘어간 것 또한 큰 운이었다.
조영남은 인터넷 인물검색에 가수, 화가로 소개되어 있다. 대놓고 자신을 가수와 화가를 합친 '화수'로 불러 달라 했던 사람이니 노래하는 화가로 폼 나게 살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독창적 작품이라 선전한 화투그림이 진짜 화가의 손을 빌린 대작으로 밝혀져 망신, 망신, 대망신을 겪고 있지만, 유명 전업작가보다 더 비싸게 그림을 팔아먹은 그의 꼼수는 국민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현대미술은 아이디어나 콘셉트가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일부 몰지각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응원 덕에 조영남은 영광스럽게도 '앤디 워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그러나 그가 부른 이제하의 모란동백 노랫말처럼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조영남을 기억할 가치가 있을 것인가? 그의 노래로 알려져 있는 ‘화개장터’도 그가 만든 노래가 아니라 원래 가사의 작사자는 소설가였던 김한길 전 의원이 만 든 것이었다.
공연을 본 어느 시민이 이렇게 언급했다.“조영남은 화투 오래 가지고 놀다가 쫄딱 망한 것이 아니라 남의 것을 자기 이름으로 만드는 헛개비로 살았기에 망한 것이다. 깨끗하게 사과할 줄 알았는데 무척 실망스럽다. 저런 자가 무슨 예술인인가? 조영남이 화가? 작사가? 조영남은 도무지 예술가로써의 '진정성'과 '겸손'이라고는 모르는 사람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오만하게 나대더니 그게 무슨 꼴인가? 그는 나이값이라도 해야 한다. 이제 그의 나이도 고희가 넘었다. 공인으로써 지은 죄값을 달게 받고 남은 여생이라도 제발 주변인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진실하고 진정하게 겸손히 살아야 할 것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