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홍만표 소환조사, 최유정 재판에 넘겨
검찰, 홍만표 소환조사, 홍만표, 탈세는 일부시인, 변호사법 위반은 부인
정운호(51·수감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법조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선 검사장 출신 홍만표(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2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홍 변호사를 상대로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 등을 추궁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탈세 혐의는 일부 시인했지만 변호사법 위반 혐의는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는 주무검사인 특수1부 고형곤(46·연수원 31기) 부부장검사가 맡았다.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출신, 유명 기업인 등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 통상 조사실로 가기 전 담당 부장검사와 짧게나마 접견하기도 하지만, 홍 변호사는 이런 절차 없이 바로 조사실로 들어갔다.
홍 변호사는 여러 사건을 수임해 처리하면서 일부 소득에 대한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2013∼2014년 원정도박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던 정 대표의 구명·선처 로비를 했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서울 D고교 후배이자 법조 브로커로 활동한 이민희(56·구속)씨로부터 사건을 소개받고 알선료를 지급했다는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 입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사안에 따라 시인하는 부분도 있고 부인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강상 지장이 없다면 조사는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2011년 건강이 악화돼 안구 안쪽으로 혈관이 파열돼 수술을 받았으며 지난해 겨울에도 뇌 관련 수술을 받았다. 검찰은 진술 상황에 따라 정 대표 또는 이씨와의 대질 신문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홍 변호사는 검찰에 출석하며 '몰래 변론 의혹을 인정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신속하게 수사가 마무리되도록 협조하겠다"며 "제기된 몰래 변론 의혹은 상당 부분 해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퇴임 이후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 부분도 검찰에서 충분히 설명하겠다"며 사실상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다만 '전관 변호사'로서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수사기관 관계자들을 상대로 선처·구명로비를 한 의혹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부부 등의 비리 사건에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고액의 '몰래 변론'을 한 의혹 *실소유 부동산 관리업체를 통해 미신고 수임료 소득의 세금을 탈루한 의혹 등이 제기됐다. 검찰은 홍 변호사의 조사를 마무리한 뒤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조사가 끝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100억수임 최유정 변호사 재판에 넘겨
한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둘러싼 전방위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 중 한 명인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는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 불법 변론 활동을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최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이 이달 3일 네이처리퍼블릭 본사 압수수색 등을 시작으로 로비 의혹 수사를 공식화한 이후 사건에 연루된 법조인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최 변호사는 지난해 6월부터 정 대표와 이숨투자자문 실질대표인 송모(복역 중)씨에게서 보석(보증금 납입 조건으로 석방)이나 집행유예를 위한 재판부와의 교제·청탁 등을 명목으로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최 변호사는 작년 10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된 정 대표의 항소심 사건을 맡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구치소를 찾아가 정 대표에게 "친분관계가 있는 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게 하고, 재판부에 대한 교제·청탁을 통해 반드시 보석이 될 수 있게 해주겠다"며 5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수금 20억원, 성공보수금 30억원이었다. 최 변호사는 보석이 이뤄지지 않자 착수금을 제외한 금액은 돌려줬고, 집행유예 청탁 명목으로 10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항소심 구형량을 줄이고자 사법연수원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S부장검사를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송씨에게서는 지난해 6월 인베스트 투자사기 사건 1심이 진행될 때 "재판부에 청탁해 집행유예를 받게 해주겠다"며 20억원을 받았다. 송씨가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작년 8월에는 "항소심 재판부에 청탁해 보석으로 석방시켜 주겠다"며 10억원을 또 받았다. 송씨는 항소심에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아 풀려났다. 이어 이숨투자자문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최 변호사는 "금융감독원, 수사기관, 법원 등 관계기관에 청탁해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20억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 당시 최 변호사는 정식 선임계를 내지 않고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송씨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법률사무소를 이달 초 압수수색한 데 이어 9일 전주 모처에서 최 변호사를 체포해 12일 구속했다. 최 변호사와 가족의 대여금고를 압수수색해 13억원을 압수하기도 했다. 최 변호사는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포기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부당한 수임료를 받아 챙겨 탈세한 혐의도 수임 내역 등을 들여다보며 수사 중이다. 혐의가 확인되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의뢰인을 상대로 사실상 불가능한 '재판부 선처'를 미끼로 거액의 수임료를 챙긴 행위 등에 대해 사기죄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를 상대로 실제로 로비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 이후에도 본인이나 주변을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했다가 석방해 불구속 수사 중인 최 변호사의 사무장 권모씨도 곧 기소할 계획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