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국회법개정안(상시 청문회법)’ 거부권 행사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 3개국 순방차 에티오피아를 국빈방문 중인 27일 '상시 청문회' 개최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전날 오후(현지시간 26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로부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 방침과 더불어 임시 국무회의 개최 계획을 보고 받았고, 이날 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됨에 따라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이 전자서명 방식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면 거부권 행사 절차가 마무리되고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로 돌려보내진다.
해외순방 중인 박 대통령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국회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결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이달 29일까지인 19대 국회 회기 내에 본회의 소집은 불가능하다. 더구나 28, 29일이 휴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날은 사실상 19대 국회의 마지막날로 볼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순방 중에 전격적으로 거부권 카드를 꺼내든 것은 19대 국회 회기 내에 재의요구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고, 20대 국회가 이를 재의결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회사무처가 폐기 쪽으로 유권해석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연국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어제 오전 황 국무총리로부터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 등을 포함한 130건의 안건을 심의할 국무회의 개최의 건을 보고받았다"며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을 모은 국회법 개정 재의요구안을 건의 받으면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이날 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했다. 거부권(veto power)은 국회가 의결해 보낸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이 해당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다.
황 총리는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통제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황 총리는 이어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제도는 입법부가 행정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을 신설하는 것으로 권력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소관 현안 조사 청문회'는 국정조사와 동일한 강제성을 가지면서 그 범위는 확대됐고, 개최요건도 대폭 완화돼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국정조사 제도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국회법 개정안은 안건의 중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상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했고, 청문회의 자료와 증언 요구로 관계 공무원 또는 기업인들까지 소환될 수 있어 행정부 등에는 심각한 업무 차질을, 기업에는 과중한 비용 부담과 비능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기 중에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난해 6월25일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이후 2번째다. 또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헌정사상 66번째다. 이로써 실질적으로 국회법개정안은 물건너갔지만 대통령에 대한 야권과 야권 지지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