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개정안 (상시청문회법) 논란 가중
새누리, “3권분립 원칙 뒤흔든다”… 위헌성·절차적 문제 부각
상시 청문회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헌법에 규정해 놓은 3권분립의 원칙을 뒤흔드는 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공포 시기에 따른 법률의 효력 여부, 법안 처리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 등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상시 청문회법의 위헌성이다. 새누리당은 헌법에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는 상임위의 상시 청문회는 3권분립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미국은 상시 청문회를 하지만 국정감사와 국정조사가 없다”며 “헌법에 본회의 의결을 거치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도록 했기 때문에 상임위 차원 청문회는 위헌”이라고 말했다.
19대와 20대 국회 임기 교체기에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상시 청문회법의 효력을 놓고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률가 출신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국회 법안을 인적 구성이 전혀 다른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할 수 없다고 헌법상 관련 규정을 해석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19대 국회 임기(5월 29일) 내에 거부권을 행사해 19대 국회에서 재의결을 하지 못한다면 법안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태 의원은 “대통령이 29일까지 법률을 공포하지 않으면 효력이 상실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은 인적 구성이 바뀌더라도 국회의 존재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 재의결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여야 합의가 안 된 법안으로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상시 청문회법은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 올리지 않기로 의사국장에게 통보했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독단적으로 상정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도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국회 관행과 다른 법안 처리 과정도 검토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국민의당, -국회법 거부권 가능성에 협공, 공동대응 원칙 합의
한편, 이런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5일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일제히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공세를 폈다. 두 당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공동대응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25일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 자체의 문제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를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국회법은 그동안 해오던 주요 현안에 대한 청문회를 법에 명시하는 지극히 평범한 법이다. 행정부를 마비시킬 정도의 안을 담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은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당면한 경제·민생 문제에 집중하라는 요구였다"며 "그런데 청와대가 '임을 위한 행진곡'과 국회법 등 민생과 관계없는 문제에 앞장서서 정쟁을 유발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대단히 우려한다는 경고의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지도부도 한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상시청문회법은 일하는 국회로 가는 징검다리다. 미리 과도하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부간의 힘겨루기로 접근하면 안 된다. 이런 관점은 소모적인 내전을 벌이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만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스스로 상생의 정치를 무너뜨리고 야당에게 극한대결을 강요하는 선전포고를 하는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천 대표는 또 "청와대는 행정부 마비 우려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데) 지나친 엄살"이라며 "국회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독재적이고 제왕적인 발상이다. 미국과 일본도 청문회가 수시 운영되나 그 때문에 행정이 마비됐단 말은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세월은 가고 대통령의 임기는 짧아지고 있다"고 압박하면서,
"특히 일부 헌법학 지식인들이 19대 국회에서 이룩한 법은 20대에서 공포할 수 없다는 해괴망측한 가설을 들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법안이 가결되지 않고, 18대 국회에서 2008년 6월5일 19개 법안을 공포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공영언론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 박 원내대표를 만난 후 기자들에게 "(국회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발의하는 건) 그 때 가서 의논해야 한다. 저쪽(청와대)이 하지도 않은 일(거부권 행사)을 미리 할거라고 예상해서 하는 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하면 (야당이) 공동대응하자는 원칙만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의화 국회의장, "박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행사하지 않을 것"
또다른 한편, 19대 국회 마지막 국회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신의 퇴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국회 운영에 관련한 문제는 국회에 맡겨두는 것이 좋다"면서 이같이 답했다.
국회의장 퇴임 후 '친정'인 새누리당으로의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대오각성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답했고, 오는 26일 싱크탱크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의 발족이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정치적) 결사체"라고 열린 답변을 내놨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서는 소통 문제와 함께 "조금 더 탕평인사가 됐으면 좋지 않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