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현실에 맞지않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은 빠지고”
오는 9월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처벌 기준을 두고 업계와 시민사회가 또 충돌했다. 산업계는 천문학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했고, 시민단체 등은 “업계가 지나치게 과장해 선동하고 있다”고 맞섰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4일 개최한 ‘김영란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각계각층을 대표해 참여한 토론자들은 법적용 대상과 가액 기준 등을 놓고 격론을 펼쳤다. 특히 법적용 대상에 해당하는 선물 등 상한액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한 업계의 소비위축 논란을 두고 공방이 오갔다.
농수축산업과 외식산업 등 관련업계는 ‘음식물·선물·경조사비 등의 상한 기준’이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각급 학교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인 등이 제삼자에게 고액 금품(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토록 하고 있다. 이중 사립학교 임직원, 언론인 등에 관한 헌재의 판단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는데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사교·의례·부조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상한액을 규정해 이를 초과하는 경우 과태료를 물게 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 자료를 읽어보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김재만 한국수산업총연합회 부회장은 “선물 가액 기준으로 5만원을 적용할 경우 수산물 피해액은 1조119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한액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길 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도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매번 희생했던 농수축산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국내산 농축수산물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식업계, 유통업 등 산업 전반이 활기를 잃고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법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시민단체 측은 공무원행동강령(음식·선물은 3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에 준해 시행령의 가액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준호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이미 행동강령이 공무원 사회에 뿌리를 내린 상황에서 관련업계 고사나 경제 위축 등의 주장은 선동에 가까운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고유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회장은 현 시행령에 찬성을 표하며 “해외 사례에 비춰 봐도 결코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두고 시민들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민단체 사람들은 현실을 너무 가볍게 보고 모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법적용 대상을 두고는 대상을 사회 전반으로 확대해나가는 것이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추후 정치권 전반과 시민단체, 의료계, 법조계 전반에 같은 취지의 법이 확대 적용돼야 김영란법에 대한 비판을 줄이고 청렴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빠지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임직원, 배우자가 포함된 상태라서 무척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난무하고 있다. 성영훈 권익위원장은 토론 시작에 앞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면서도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합리적 시행령 제정을 위해 법 시행일(9월 28일)까지 필요한 후속 작업에 만전을 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