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우리경제 현재 대내외 합병증”
우리 경제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으로는 수출과 내수, 투자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활기를 되찾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의 광풍이 가시권에 들어와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밖으로는 중국의 급격한 구조조정이나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G2(주요 2개국) 리스크’가 끈질기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4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는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의 실상이 담겨 있다.
KDI는 한국 경제성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수출에서 찾고 있다. KDI 측은 “수출 부진이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뿐 아니라 대외 경쟁력 약화에도 기인하고 있다”며 “수출 회복세는 제한적인 가운데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세계시장의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다 중국 등 후발국이 추격해오는 데 따른 경쟁력 저하가 더해져 올해 수출 증가율이 1.0%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는 미래 성장의 발판인 설비투자를 갉아먹고 있다. 총고정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2.1%, 이 중 설비투자는 5.3%에서 -3.0%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민간소비도 저금리, 저유가 기조로 여건이 개선됐지만 기대수명 연장 등 구조적 요인으로 올해(2.2%)와 내년(2.3%)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관측됐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인 2%의 절반 수준인 1.0%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30만명 안팎으로 줄어들고 실업률은 3.8%로 치솟을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도 세계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G2 리스크가 여전하다.
KDI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실물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서는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내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외 경제기관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대 후반에서 3%대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이 3.0%를, 국제통화기금(IMF)이 2.9% 성장을 전망한 데 비해 KDI는 비교적 최근 상황을 반영해 2.7%로 더 낮게 제시했다.
KDI는 최대 현안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성패에 따라 성장률의 낙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경제 불확실성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대외 충격에 더욱 취약해짐으로써 고용과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거나, 금융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KDI의 한 전문가는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성장률 2.6% 전망치에 구조조정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직접 포함하지 않았다”며 “구조조정 여파에 미국과 중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DI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같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업률 상승, 경기 위축에 적극 대응해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론에서다. 그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면 추경을 편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며 “영향이 크지 않다면 내년 예산에 미리 반영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게 KDI의 권고다. KDI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 상승률이 물가 안정 목표에 안착할 수 있도록 보다 완화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경기 위축을 완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도 기대했다. KDI는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행 여부를 감독할 범정부 차원의 통제기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