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엉뚱하게 해석 안돼”
최근 강남역 인근에서 일어난 '묻지마 살인사건' 피해자 여성을 추모하는 현장에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화환이 배달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현장에는 일베 회원이 보낸 화환이 세워졌다. 문제는 화환에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잊지맙시다' '일반베스트저장소 노무현 외 일동'이라는 글이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은 여성혐오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여성혐오를 주된 이야기 거리로 삼았던 일베 회원들은 화환을 보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특히 화환을 보내 일베 회원은 일베 홈페이지에 인증샷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강남역에 화환 보낸거 인증한다'라는 제목으로 화환 배송 정보와 함께 '좌좀 메퇘지X들은 천안함 용사들 수십분이 돌아가셨을때는 정부의 음모라면서 선동질하더니 역시 정신병자 한명이 여자 죽인 사건 가지고 여혐이라면서 언론플레이로 몰아가노. 천안한 국군 용사들 추모하기 위해서 경조호환 보냈다 이거야. 나라를 위해 북괴에 의해 희생된 천안함 용사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묵념하자'라는 글도 올렸다. 이에 피해자 추모 장소에 '천안함'과 '노무현'을 언급하는 일베 회원들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추모하는 것은 좋으나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은 미확인 보도. 추측성 보도, 일부 언론의 과도한 부추키기도 일말의 책임이 있어 보인다. 한편, 경찰은 구속된 김모(34)씨가 청소년 때부터 조현병(정신분열증) 증세가 심해 혼자 앉았다 서기를 반복하는 등 이상 행동을 했고, 외아들로 자랐지만 부모와도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는 등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보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또 2008년 이후 1년 이상 씻지 않는다거나 지난 3월 가출 이후 화장실에서 노숙하는 등 기본적인 자기 관리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2일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 5명이 19일과 20일 두 차례 면담을 통해 김씨의 심리를 종합 분석한 결과,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에 의한 '묻지 마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부터 "누군가 나를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며 피해망상 증세를 호소했다. 이 증세는 2년 전 김씨가 서울의 한 교회 직원으로 일할 때 "교회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여성에 대한 피해망상으로 악화됐다. 그는 프로파일러와의 면담에서 "여성들이 출근하는 나를 지각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길을 막고 천천히 걷는다" "여성들이 나에게 담배꽁초를 던진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여성이 괴롭힌다'는 식으로 사실을 왜곡해 인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 5일 서빙 일을 하던 식당에서 "위생이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주방 보조로 옮겼다. 경찰은 "김씨는 식당 업무가 바뀐 것도 여성들이 자신을 음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여성을 상대로 한 범행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올해 1월까지 6번에 걸쳐 총 19개월간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받았다. 김씨는 지난 3월 가출한 후 정신분열증 약 복용을 중단해, 망상 증세가 악화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시민들은 “이번사건은 있는 사실 그대로 이해하고 대처해야지 과도하게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짓거나 사건과 엉뚱한 다른 사실로 확대해석하는 일, 이로인해 시끄러워지는 일도 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