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화학물질, 국민공포 증가
환경부, 한국P&G의 ‘페브리즈 제품’ 성분공개 요청
탈취제 '페브리즈'에 폐를 손상하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주장이 나와 환경부가 한국P&G에 성분 공개를 요청했다. 15일 환경부는 페브리즈에 포함된 살균제의 성분을 공개하는 방안 등을 페브리즈 판매업체인 한국P&G에 요청했다. 한국P&G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살균제에 들어간 성분인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가 폐 상피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흡입독성 물질이며, 페브리즈를 뿌린 후 흡입해 폐에 들어가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한 여러 보고서도 나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탈취제, 합성세제, 물티슈 등 국내 유통 중인 329개 살(殺)생물제 제품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가 환경부의 용역 의뢰를 받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연구, 작성한 보고서 '바이오사이드 유효성분의 유해성 평가기술개발'에서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살생물제 제품 1432개 중 329개(23%) 제품에 유해물질(관심물질)인 PHMG, CMIT, MIT, CMIT/MIT, 벤즈아이소사이아졸리논(BIT), 아이오도프로피닐부틸카바메이트(IPBC) 등이 들어 있었다. PHMG, CMIT, MIT 등은 가습기 살균제에 포함된 물질이다. BIT는 흡입할 경우 세포손상을 촉진시키며, IPBC는 도료, 섬유, 목재에 쓰이는 방부제로 알레르기, 피부 자극, 호흡 문제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환경부의 한국P&G ‘페브리즈’ 제품에 대한 성분공개 요청사태에서 한국P&G의 석연치 않은 점이 언론의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P&G가 긍정검토중이라고 했지만 유해성분이 없다면 즉각 공개하는 것이 맞는데 시간을 끌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특정 제품에는 제품 겉면이나 제조사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해당 유해물질이 들어있다는 표시를 찾을 수 없고, 제품이 무해하다는 ‘KC’인증 마크는 붙어있다. 정부도 한국P&G도 말과 행태가 앞뒤 맞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 “유해 화학물질-남자 생식기 기형, 16년간 10배 증가…화장품·프라이팬도 원인”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우리 사회에 ‘화학제품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화학물질 노출이 기형아 출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관련 논문을 쓴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S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화학물질이 특정 기형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면서 “남자 아이들의 생식기 기형의 경우에는 16년간 10배나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생식기 기형과 화학물질 노출의 영향을 의심하는 논문들이 상당히 많이 세계적으로 보고 됐다”면서 화학물질이 우리 삶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화장품을 쓰게 되면 보존제·방부제로 사용되는 물질들 자체가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고, 플라스틱 용기에 뜨거운 물질들을 담거나 데워먹을 때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가소제·프탈레이트가 검출되며, 수산물 섭취 시 큰 어종 같은 경우엔 수은이 들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있는데 역시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류 쪽에서 (화학물질이) 코팅 용도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런 화학물질의 노출 자체로 과불화화합물의 검출 정도가 높게 나왔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그걸 통해서 보면 여러 형태의 노출 형태가 호르몬 교란을 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프라이팬 같은 경우엔 코팅제가 거의 95%정도인데, 쓰다 보면 코팅제재가 벗겨지거나 또는 가열되어지면서 일부가 떨어져 나오는 과정을 통해 (화학물질이) 산모에게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섬유탈취제 페브리즈에 들어있는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라면서 “이것이 분무나 스프레이 형태로 사용되기 때문에 폐 깊숙이 들어가서 폐염증을 유도하고 세포독성을 유발해 폐 손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가 미국과 유럽에서도 허용된 안전한 물질이라는 제조사의 주장에 대해 “모든 화합물질 자체는 사용하는 양과 용도에 따라서 독성이 현저하게 다르게 나타나는데 흡입제 형태로 허용한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바람에 의해서 독성을 나타낼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어서 유럽 같은 경우에는 바이오사이드 생물제에 대해서 사전허가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출시를 하면서 거기에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조차 잘 보고가 안 되는 그런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유럽에서는 화학물질의 유해한 영향에 초점을 두고 모든 화학물질 자체를 등록·평가해서 보고하도록 시스템을 갖춰놨다”면서 모든 화학제품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