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신난다 날씨, 엄마 저것 갖고 싶어요”
어린이날인 5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고 더워 나들이 가기 좋을 전망이다. 오전에는 일부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높으며, 오후 늦게부터 점차 흐려져 밤에는 강수확률 60∼70%로 비가 오겠다. 예상 강수량은 제주도가 20∼60㎜, 제주도 산간 일부는 100㎜ 이상이다. 경기 북부, 강원영서북부, 남해안, 서해5도에는 10∼40㎜의 비가 오겠다. 그 밖의 지역은 5∼10㎜가 내리겠다. 밤부터 6일 오후 사이에는 해안을 중심으로 바람이 강하게 불겠으니 시설물 관리에 유의하라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경북 일부에는 건조주의보가 발효돼 대기가 매우 건조하겠으니 산불 등 각종 화재 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이라고 전했다. 낮 최고기온은 22도에서 28도로 전날보다 높겠다. 바다의 물결은 동해먼바다에서 2.0∼4.0m로 매우 높게 일다가 점차 낮아진다. 그 밖의 해상에서는 0.5∼3.0m로 일겠다.
동해먼바다에는 풍랑주의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이날 낮까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물결이 매우 높게 일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유의하라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이날 밤부터 6일 아침 사이 서해상과 남해상에는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다. 6일까지 모든 해상에 안개가 끼는 곳이 있겠으니 항해나 조업하는 선박은 조심하라고 기상청은 전했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보통'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천, 경기남부, 대전, 충남은 오전에 일시적으로 '나쁨' 수준의 농도가 나타날 수 있다.
경기불황, 어린이날 선물 실속파 부모들 늘어
어린이날을 이틀 앞둔 3일 오전 경기 부천시 원미구 일대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됐다. 쉴 새 없이 부는 강한 바람 탓에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 정도였지만 이곳에 있는 완구회사 손오공의 AS센터는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장난감을 한 가득 들고 줄을 선 사람들은 궂은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조하게 차례를 기다렸다. 이른 아침부터 AS센터에 모여든 인파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고장 난 아이들의 장난감 ‘터닝메카드’를 수리하기 위해 찾아온 부모들이었다.
멀리 제주도에서 왔다는 강모 씨(38)는 “가족과 서울로 여행 온 김에 집에 나뒹구는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하기 위해 짬을 냈다”며 “비싼 장난감을 새로 사기에는 부담이 돼 수리를 해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오공 관계자는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평소의 2배가량인 하루 평균 150∼200명의 부모들이 AS센터를 찾는다”며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새 제품을 구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요즘엔 비용 부담 때문에 수리를 하는 알뜰 엄마, 아빠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젊은 부모들의 육아비용 부담이 크게 늘면서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해 다시 쓰고, 어린이날 자녀에게 중고 물품을 선물하는 ‘실속파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김모 씨(32·여)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한 온라인 장난감 대여업체에서 블록 장난감 한 세트를 빌렸다. 김 씨가 빌린 장난감은 시중에서 15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지만, 그는 2만 원 남짓에 장난감을 2주간 빌렸다. 김 씨는 “아이들 장난감이 고가(高價) 제품이 많아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많았는데, 대여서비스 덕분에 부담을 크게 덜었다”며 “특히 블록 같은 완구는 한번 완성하고 나면 바로 싫증을 내니 새것을 사주는 것보다 렌트해 쓰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행하는 유아용 전동차도 시중에선 30만∼40만 원을 호가하지만 빌리면 10분의 1 가격에 한 달가량을 쓸 수 있어 빌려 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A어린이 중고서점에는 대여섯 명이 매장 곳곳을 돌며 중고 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 이들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겉표지와 속지 상태 등을 유심히 체크했다. 이들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줄 어린이날 선물을 사러 온 엄마들이었다. 네 살짜리 아이를 둔 이모 씨(31·여)는 “요즘 아동전집은 20만∼30만 원이 기본인데 중고는 절반도 안 되는 값에 살 수 있다”며 “새것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잘만 고르면 더 많은 선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서점 관계자는 “어린이날이나 생일 같은 기념일 선물로 중고물품을 구입하는 부모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며 “실속을 중시하는 젊은 부모들 사이에선 ‘선물=새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이미 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은 해마다 육아비용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공유 문화’에 익숙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현실에 맞는 현명한 소비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 판매 순위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국산 캐릭터 장난감
어린이날 인기 선물로 국산 캐릭터의 장난감의 강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은 어린이날을 앞두고 최근 4월(4/1~25) 장난감/완구 판매를 분석한 결과, 국산 캐릭터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순위별로 보면 1위로 ‘헬로카봇’이 차지했으며 2위와 3위로 ‘터닝메카드’, ‘또봇’이 뒤를 이어 국산 캐릭터 중에도 로봇 장난감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실제 옥션은 올해 로봇 장난감 품목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60% 신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의 장난감 판매 순위를 살펴봤을 때, 인기상품으로 2014년에는 겨울왕국, 지난 해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요괴워치가 1위에 오른 것과 비교해 올해 1위를 차지한 국산 캐릭터 헬로카봇의 선전이 돋보인다. 카봇과 터닝메카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인기 장난감이다.
이 외 해외브랜드 장난감 중에는 레고(LEGO) 시리즈의 신상품 ‘넥소나이츠 클레이어 럼블 블레이드(5만7,200원)’가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레고 시리즈는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블록 완구 계의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또한 옥션은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지난 달 19일부터 25일까지 이용고객 667명을 대상으로 올해 ‘어린이날 선물 트렌드’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부모와 가족들이 가장 선호하는 구매 선물 품목으로 장난감 완구가 1위를 차지해 48%의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2위와 3위로는 학습 용품(18%), 패션 용품(12%)의 순으로 답했다. 한 명 당 선물 예상 비용에 관한 질문에는 ‘2만원 이상~3만원 미만(25%)’으로 지출을 예상하는 답변이 가장 높았고, 이어 ‘4만원 이상~5만원 미만(17%)’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예상 평균 지출 금액은 4만4000원으로 분석됐다.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해야하는 총 인원 수로는 2명(43%)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1명(26%)과 3명(17%)이라고 답한 사람이 대다수였다. 저 출산 및 결혼을 미루는 요즘 현실을 반영하듯, 선물을 사줄 대상을 묻는 질문에는 자녀(36%)보다 조카(39%)가 좀 더 많았고, ‘선물을 사줄 대상이 없다(23%)’는 답변이 3위를 차지했다. 한편, 옥션은 다음달 2일까지 ‘올킬 슈퍼위크 – 동심저격 어린이 선물’전을 열고 매일 한 개씩 파격적인 가격으로 어린이날 인기 상품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이는 올킬 행사를 진행 중이며, 이와 함께 5월 4일까지 ‘우리 아이 취향 저격 어린이날 선물대전 – 장르별 선물’ 전을 통해 ‘오늘의 TV속 상품’ 및 브랜드/ 공주님/ 왕자님/ 캐릭터/ 스마트 배송/ 품목별 선물을 카테고리 별로 고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취향에 맞게 쉽고 빠르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은영 옥션 출산유아동팀장은 최근 2~3년간 국산 로봇 캐릭터가 지상파 TV 등에 애니메이션 시리즈물로도 방영되며 관련 제품이 입고될 때마다 꾸준히 호응도가 높은 편”이라며 “4월은 가정의 달 5월을 대비해 한 해 중 완구 판매가 가장 높은 시기로 옥션에서 마련한 기획전과 할인 및 무료배송 혜택들을 활용하면 보다 즐겁고 알뜰한 쇼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아동, 삶의 만족도 OECD 꼴찌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아동권리협약 중 31조에는 ‘놀 권리’에 관해 규정되어 있다. 협약 당사국인 우리나라도 지켜야 마땅하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 아동은 여전히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만 강요당하고 있는데 4일 여성가족부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생 10명 중 7명(68.8%)이 학원 과외 학습지 등 사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은 가장 어린데도 불구하고 10명 중 8명(80.7%)이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3월 전국 최초로 모든 초등학교에 놀이시간 50분을 의무화했지만, 전국 학교는 대부분 공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4년 초등학교에 하루 100분 이상 놀이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시범사업 1년 후 예산 부족으로 사업을 접었다. 현재는 학교별로 20,30분 정도 놀이시간을 운영하라고 권고하는 게 전부다.
실제로 어린이들의 놀이 시간은 거의 없다. 보건복지부의 ‘2013년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동 절반 이상(52.8%)이 음악 운동 취미생활 등 여가활동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60.2점(2013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해외는 오히려 놀이 정책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영국은 교육과 놀이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2008~2020년 장기 놀이정책 계획을 수립해 시행 중이다. 전 지역에 안전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놀이터와 공원을 만들고 놀이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초등학교 평가 기준에 놀이영역도 포함시켰다. 프랑스 역시 학습량을 줄이고 여가, 취미, 스포츠 활동 시간을 확대하고 있다.
황옥경 한국아동권리학회 회장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잠재적인 소질을 발견하고 남과 어울려 사는 방법, 위기를 극복하는 법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것을 배운다”며 “현재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이들의 놀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부모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학업과 놀이 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올해 11월 정부와 NGO 공동으로 ‘놀 권리 헌장’을 선포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놀이정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