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이란순방, 52조원 잭팟터져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방문을 계기로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인 이란에서 최대 52조원 규모의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재건 사업을 수주하는 발판이 마련됐다. 박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창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인프라 및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 및 가계약 체결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 달러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456억 달러까지 수주금액이 늘어날 것으로 청와대는 전망했다.
분야별로는 *철도·도로·수자원관리 등 인프라 건설 참여 121억2천만 달러 *석유·가스·전력 등 에너지 재건 316억 달러 *보건·의료 18억5천억 달러 등이다. 주요 인프라 사업은 철도 노반건설 및 차량공급을 담은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 테헤란과 카스피해(海)를 연결하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사업(최대 15억 달러) 등이다. 대(對) 이란 경제제재로 중단됐던 사우스파 LNG 플랜트 건설 사업(35억 달러) 협상이 재개되는 한편,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1·2단계 합산 100억 달러), 이란-오만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15억 달러), 콘크리트 아치댐 및 1천㎿ 수력발전 건설을 담은 박티아리 수력발전(19억달러) 등도 이번 MOU 대상에 포함됐다.
보건·의료 분야에선 17억 달러 규모의 6개 병원 건설 사업과 1억5천만 달러 규모의 의료생산단지 구축사업이 추진된다. 정부는 우리 기업의 인프라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250억 달러의 금융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할 예정이다. 전대금융 2억달러를 포함해 수출입은행이 150억달러를, 무역보험공사와 금융지원협의체가 각각 60억 달러, 40억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이와 함께 양국은 1996년 이란이 최초 제안했으나 그동안 경제제재로 중단됐던 해운협정을 20년 만에 체결, 선박 운항 및 영업자유 보장 등을 통해 양국 교역을 촉진키로 했다.
또한, 한·이란 양국 상의(商議)간 협력 MOU 개정, 코트라-이란 투자청간 MOU 체결을 통해 기업간 교류확대를 위한 사절단 파견 및 정보교환, 투자정보 공유 및 투자기회 공동발굴 등을 추진키로 했다. 민간기업의 교류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코트라와 이란 산업무역광물부는 각각 이란 데스크와 코리아 데스크를 설치해 양국 기업의 상대국 진출시 교역·투자 애로를 해소할 예정이다. 양국은 결제시스템의 경우 현행 원화결제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하되 유로화 결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번 성과를 계기로 제2 중동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교역 촉진으로 경제 제재 이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로하니 '한반도 비핵화' 한뜻으로 북핵압박
한편,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이란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호자트레슬람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도 이끌어 냈다.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한·이란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란과 한반도 안전 문제, 중동 안전 문제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변화를 원한다"면서 "원칙적으로 우리는 어떤 핵개발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한반도나 중동에서 이렇게 위험한 무기,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 우리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6일 36년만의 북한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과거 핵 개발국이자 북한의 오랜 우방국인 이란 정상의 중동과 한반도에서의 비핵화 언급은 '의미있는 대북 압박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북한과의 오랜 외교관계를 고려해 '북핵'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정상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 만으로도 의미있는 메시지라는 관측이다. 당초 북핵문제 당사국인 한국의 정상이 한때 핵개발 국가였던 이란을 방문하는 것 자체로도 북한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클 것으로 전망됐었다.
특히 이란을 방문하는 첫 여자 정상으로서 히잡의 일종인 흰색 '루사리'를 쓰고 전용기 트랙에서 내려오는 장면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한 달여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담에서 천명한 '핵 없는 세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키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란은 핵협상 과정에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보유가 이슬람 율법에 반하기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바 없다고 주장해온 점에서, 핵무기 보유를 과시하는 북한과는 '실질적 해법'이 다르다는 주장이 나온다. 박 대통령 자신 또한 국빈방문은 앞두고 이란 현지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북핵은 이란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이란의 핵 해법을 북핵 문제 해결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고 서방국가들의 경제제재 해제 속에서 개방과 경제재건의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에 던지는 '상징적인 메시지'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지난해 7월 이란 핵합의 즉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타결에 이은 후속 조치로 올 1월 서방국가들의 대(對)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이끌어 낸 이후 제재 하에서 침체됐던 자국 경제재건을 적극 추진 중에 있다. 이란은 인구 8000만명, 국내총생산 3876억 달러(2015년 기준)로 중동의 제2 경제대국이자 원유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올해 초 경제제재 해제로 올해 연 5.8%, 내년 6.7%의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저는 북핵 불용 및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였고 최근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란 측에 협조를 요청하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저는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위한 열쇠는 한반도 평화 통일에 있음을 강조했으며 이란 측은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한 한국 국민의 열망에 대해 지지를 표명해주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정국가로 국가최고정책 결정권, 군 통수권, 전쟁선포 및 동원권, 대통령 인준권 및 해임권 등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이날 오후 면담에서 북핵 관련 언급이 나온다면 '압박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