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팔 걷어부치고 언론사 간부 간담회 예정
박근혜 대통령은 성과연봉제 확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25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는 6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열어 각 기관별로 성과연봉제 확산 성과를 보고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부터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해 민간으로까지 퍼지게 함으로써 노동개혁과 공공개혁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복안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박근혜정권의 핵심 국정과제 추진에 험로가 예상되는 가운데 입법과 별개로 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 노동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서 "그동안의 (노사정) 협의 내용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공공기관부터 임금피크제라든가 성과연봉제 등을 확산시켜서 노동시장 개혁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성과연봉제 확산의 첨병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이어 지난 22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는 "공공부문에서 구조개혁을 선도할 수 있도록 120개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에너지·환경·교육 등 3대 분야 기능 조정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장 워크숍을 주재했던 것은 2014년 5월 한 차례 뿐이다. 박 대통령이 2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장들을 한 자리로 불러 모으는 것은 성과연봉제 확산이 공공기관장 정상화 뿐만 아니라 노동개혁이 현장에 뿌리 내리는 데 필수 과제라는 인식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성과와는 아무 관계 없이 오랫 동안 남아 있을 수 있는 '신(神)의 직장'이 공공기관이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제대로 고치면 노동개혁과 공공개혁에서 하려는 상당 부분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의 직장을 더 이상 신의 직장이 아니게끔 해나가는 것을 대통령부터 장관들, 공공기관장 등이 챙겨나가고,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민간으로 확산시키려 한다"며 "지난해에 비해 노조의 저항이 훨씬 세졌지면 이것(성과연봉제 확산)이 안되면 (우리 경제가) 버텨나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15개 공공기관(대상기관의 13%)이 성과연봉제 도입 조기이행 또는 노사합의를 완료한 상태다.
30개 공기업 중에는 한국마사회가 조기이행을 확정했고 방송광고진흥공사가 노사합의를 완료했다. 90개 준정부기관 중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10개 기관이 합의를 완료하고 4월 중 조기이행을 확정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임금피크제가 그랬던 것처럼 공공기관에서 성과연봉제가 정착될 경우 민간영역으로까지 확산돼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성과연봉제는 조직을 운영해 나가는 기본틀을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인 연공서열제가 아니라 성과 중심으로 바꿔 가는 것"이라며 "모든 기관이 이상적으로 성과급 체제로 재편된다면 성과가 없다면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성과연봉제 확산을 직접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임큼피크제에 이은 또 하나의 노동개혁 성과창출에 드라이브를 걸려는 복안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정 파트너인 새누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하면서 구조개혁의 동력을 상당 부분 상실하게 됐다는 현실적 고민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야당이 먼저 카드를 꺼낸 구조조정에 노동4법을 묶어 패키지로 동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이 노동4법 중 파견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우선 적용처럼 법안과 관계 없이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집행함으로써 가능한 선에서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 각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 '민심청취·개혁협조’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민의 청취와 더불어 국정 개혁과제 추진과 관련해 협조를 당부하는 데 초점을 둘 전망이다. 청와대는 우선 간담회 행사가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의 대(對)국민 소통행보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각종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데 주안점이 있는 게 아니라 언론을 매개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총선 후 첫 메시지로 "앞으로 민의를 겸허히 받들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위기의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는 경제와 안보 상황에 대해 인식을 공유하는 데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그런 만큼 박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향후 국정과제를 설명하면서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대 부문 구조개혁 완수 등 핵심 개혁과제들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또한, 북한의 5차 핵실험 가능성 등 도발 위협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빈틈없는 안보 태세 구축을 위한 국민적 단합에 노력해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언론을 출발점으로 대화의 폭을 넓히면서 저성장 구조를 타개하기 위한 꾸준한 개혁 추진의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1시간 30분으로 예정된 이번 간담회는 총선 후 자유롭게 박 대통령의 상황 인식 및 국정 구상을 들을 수 있는 첫 자리다. 따라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당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과 야당과의 새로운 관계설정 등 협치 여부, 여당 지도부 구성을 비롯한 당청관계 재정립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한 폭넓은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이 총선 후 들고 나온 기업 구조조정 추진 시 실업대책과 세월호 특별법 개정, 국정 교과서 철회 요구 등에 대한 입장 표명도 요청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2013년 4월 24일 편집·보도국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을 당시에도 대북관계, 한일·한미관계, 경제민주화, 규제완화 등 폭넓은 분야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 특히 이번에는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탄생하면서 정국의 유동성이 더욱 커진 시점이 만큼 박 대통령이 답변해야 할 내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국회 주도권의 변화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 지지율도 취임 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소견을 상세히 답변하기도 했다. 또다른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박 대통령이 참모진과 내각의 인적 개편과 관련한 언급이다. 청와대는 인적 개편과 관련해 "경제와 민생 등 국정을 차분하게 챙겨가면서 총선 패배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아가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청와대, 어버이연합 '집회지시'의혹 재차 부인
또 한편, 청와대는 25일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어버이연합)에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 관련 지지 집회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재차 부인하고 나섰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소통비서관실의 허모 행정관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위안부 합의 집회 관련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는 보도와 관련, “허모 행정관이 ‘지시를 안 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그래서 출판 금지 가처분신청, 민·형사 소송, 정정보도 청구 등을 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 대변인은 “그 보도의 핵심이 뭐냐면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에 대한 것인데, 그게 없었다”고 강조한 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이 예전부터 잘 알았다는 말인데, 여하튼 제가 (청와대 허모 행정권의 집회 지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지난주에 확인해 드린 이후에 (상황이) 달라진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추선희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허모 행정관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을 종북단체로 지칭했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허모 행정관 개인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며 개인 행위로 규정했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앞서 시사저널은 지난 22일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청와대 허모 행정관이 1월4일 한·일 간 위안부 합의안 체결과 관련한 집회를 개최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어버이연합은 긴급성명을 통해 “추 총장은 ‘허모 행정관이 평소 애국안보단체들은 종북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시사저널 보도는 공상소설이자 날조 보도”라며 부인한 바 있다. 청와대의 허모 행정관도 시사저널과 기자를 상대로 개인 명의의 명예훼손 혐의 고소 및 5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 법원에 출판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도 청구했지만 의혹은 점점 커지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