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안중에 없는 야당 필리버스터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종료가 지연되면서 국회 정상화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필리버스터를 종료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종걸 원내대표가 '쓰러질 때까지' 끝장토론을 이어간다고 공언해 테러방지법과 선거법 처리도 기약없이 밀린 상황이다. 국회는 2일 파행됐던 본회의를 정상화하고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안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대부업법 등 무쟁점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당초 예상과 달리 필리버스터가 쉽사리 마침표를 찍지 않아 실제 처리 여부는 현재 불투명하다.
국회법에 따라 이 원내대표의 발언이 종료되면 테러방지법은 바로 표결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다만 본회의장 정리와 의사 정족수 확보 등을 위해 본회의는 잠시 정회되며, 이후 본격적인 법안 처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안 처리가 완료되기까지는 마지막 난관들로 가득차 있다. 테러방지법과 선거구 획정안 중 무엇을 먼저 처리할 것인가를 두고 여야 생각이 다른데다, 법안 처리의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도 또다른 걸림돌이다.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 중단 이후 바로 테러방지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나, 더민주는 시급한 선거구 획정안이 먼저라고 보고 있어 본회의 막판까지 진통을 겪을 수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이 원내대표의 필리버스터가 끝나면 바로 표결 처리에 들어간다. 여당 단독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의결정종수 부족으로 처리가 불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비상대기를 독려했다.
법사위 테이블에 '세월호 참사 특검 요청안'이 오른것도 또다른 뇌관이다. 선거법 처리를 위해서는 법사위를 반드시 거쳐야하는데, 세월호 특검안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커질 경우 선거법도 같이 묶이게 된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법(대부업법)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 등을 비롯한 무쟁점법안 67건의 심사 시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이날 법안 처리가 된다고 하더라도 밤 늦게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찌됐든 9일간의 필리버스터 정국은 마무리 수순이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 손익계산서는 미지수다. 우선 더민주 등 야권의 경우 필리버스터를 통해 오랫만의 야성을 드러내며 야권 지지층 결집 효과가 일단 예상된다. 필리버스터를 실시간 중계하는 국회방송 인터넷 중계 시스템 접속자 수가 평소 대비 10배나 치솟고 필리버스터 의원들이 스타덤에 오른 것은 이득이다. 반면 '민생 발목잡는 야당'이라는 프레임으로 새누리당의 '야당 심판론'이 힘을 받을 수 있는 여지도 넓어졌다. 문제가 됐던 테러방지법도 원안대로 처리되는데다, 계속된 국정 발목잡기로 오히려 '역풍'이 분다면 새누리당에게는 희소식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상할대로 상한 여야 관계는 주요법안 등 앞으로의 현안 처리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더민주를 향해 "필리버스터를 통해 선거운동을 한 셈"이라며 맹비난했고, 더민주 이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에서 "아버지에 이어 대통령인 된 박근혜 대통령에게 또 쿠데타를 성공시키게 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시민들의 야당에 대한 분노는 점점 더해 차마 보도하기도 민망할 정도다.
정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