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력시위, 한미 사드배치 약정체결 연기
중국, 젠(殲)-10전투기 무력시위
북한의 핵실험·장거리로켓(미사일) 발사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문제로 동아시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연일 최신형 군사장비를 공개하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는 23일 "최근 인터넷에서 젠(殲)-10의 최신형 기종인 젠-10C로 보이는 전투기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의 주력 전투기인 젠-10은 1980년대 말부터 중국항공공업그룹의 청두(成都) 비행기공업공사가 독자연구 개발한 3세대 첨단 전투기로 비행거리가 2천940㎞이며, 다목적 중형 초음속 성능을 갖추고 있다.
펑파이는 또 중국군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가 지난달 28일 군용기 유지보수 부대 대원을 소개하는 기사에서 이 부대에 젠-10C으로 추정되는 전투기가 배치됐다는 점도 시사했다고 전했다. 펑파이는 "젠-10C는 2014년 3월 첫 비행이 이뤄졌다"며 기본골격 등은 젠-10B형과 비슷하지만, 레이더 성능, 전파교란 회피능력, 전자전 시스템 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투기는 남중국해 지역 등을 관할하는 '남부전구' 산하 공군부대에도 배치된 것으로 보인다. 관영 중국중앙(CC)TV 군사채널은 최근 공군기지탐방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군의 또다른 최신형 전투기인 젠-16의 비행장면을 보여주며 이 전투기의 실전배치 가능성을 암시했다.
젠-16은 중국선양(瀋陽)항공기공업집단이 수호이-27을 기초로 항공전자 성능을 더욱 향상시킨 3.5세대 전투기다. 일각에서는 연초부터 각종 '탄도미사일' 발사 장면을 공개해온 중국이 이번에는 '공중 무력쇼'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최근 사거리가 최소 1만㎞ 이상으로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31, '항공모함 킬러'라는 별명이 붙은 둥펑-21D, 최신형 준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東風)-16B 등을 발사하는 장면을 잇달아 공개했다.
한미, 사드배치 약정체결 연기
한편, 한미 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를 논의할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갑자기 연기했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를 앞두고 '외교적 고려'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23일 기자들에게 "오늘 예정돼 있었던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1∼2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주 중으로는 공동실무단 약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국방부는 이날 한미 공동실무단 구성을 위한 약정을 체결하기로 하고 오전 중 이를 언론에 공지할 예정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공동실무단 구성을 둘러싸고 이견을 빚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미 양측의 '엇박자'는 아니고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토머스 밴달 미 8군사령관도 이날 서울 국방부 청사를 찾아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에게 "주한미군사령부와 미 정부간 진행 중인 대화가 종결되지 않았다"며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밴달 사령관은 "빠르면 내일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이 가능하고 더 늦어질 수 있다"며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더 미룰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 7일 사드 배치 논의에 공식적으로 착수한다고 선언하고 사드 배치 일정과 장소 등 구체적인 문제를 논의할 공동실무단 구성을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리의 대북 제재 수위를 두고 막판 조율을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의에 강하게 반발하는 중국을 의식해 '속도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밴달 사령관의 발언도 미국측이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요청했음을 사실상 확인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미국 시간으로 23일 워싱턴DC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을 만나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관한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왕 부장은 지난 12일 독일에서 케리 장관을 만났을 때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와 한미동맹 차원의 사드 배치 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 연기가 왕 부장의 방미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의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은 공동 서명이 아니라 양측이 각자 서명을 하고 이를 교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변인은 "(한미 공동실무단 약정 체결을 위한 논의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하루 이틀 안에 최종 조율을 끝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