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남테러 역량결집 지시
김정은이 최근 남한에 대한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했으며, 대남·해외공작 총괄기구인 정찰총국이 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18일 밝혔다. 국정원 외교부 국방부 등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안보 점검 긴급 당정협의에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이날 당정협의에서 정찰총국 등 공작기관이 테러 공격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발생 가능한 테러 유형으로는 반북활동가, 탈북민 등을 상대로 독극물 공격, 중국으로 유인한 뒤 납치, 정치권 인사와 반북 인사에 대한 협박 소포·편지 및 신변 위해 기도 등을 꼽았다. 또 지하철, 쇼핑몰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과 정수장, 발전소 등 국가기간시설이 테러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의원은 “정부기관과 언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이미 여러 차례 이뤄졌는데 관련 법이 미비한 상태”라며 “(국정원이)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을 빨리 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제7차 당대회를 5월7일 열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제7차 당대회의 구체적인 일자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북한이 7차 당대회를 5월7일로 예정하고 거기에 모든 초점을 맞춰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적극적으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개성공단 폐쇄도 자신들이 추진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정부 측은 보고했다. 외교부는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관련, “최근 한·중 외교차관 회담을 통해 중국에 협조를 요청했고, 중국도 과거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이달 말 결의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대남테러'예방 비상
김정은이 ‘대남 테러 역량 결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경찰은 국가중요시설이나 공항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테러 대비태세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북한 해커집단에 의한 사이버 공격 대응을 위해 관련 첩보 수집활동 강화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18일 “지난해 11·13 파리 테러 이후 강화된 경계태세를 유지하면서 일선 작전·대테러 부대의 도상훈련 및 실제훈련(FTX)을 강화하고 있다”며 “제주도, 독도 등의 해안 경비초소를 늘리고 공항 등 테러취약시설도 더 자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국가 중요시설과 외국공관, 다중이용시설 등 전국 2231곳의 테러취약시설을 대상으로 하루 2회 이상 실질적인 점검을 하도록 일선 경찰에 지시한 상태다. 앞서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2일 “북한의 국지 군사도발과 후방테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전국 경찰에 빈틈 없는 대비태세를 갖추라고 주문했다. 경찰은 지방청마다 한두 개씩 총 18대 부대를 국지도발 대비 작전부대로 지정하고 신형 작전장비를 우선 보급받고 무기와 탄약 등을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하게 했다. 이들 부대는 대형 테러나 도발 상황 발생 시 군에 이어 후속 증원부대로 출동하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대테러 실무 매뉴얼을 다시 정비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북한이 2009년 청와대 등 주요 기관의 전산망을 마비시켰던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같은 사이버 테러를 벌일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물리적 테러와 달리 자체 인력 손실 등의 위험성 없이 손쉽게 감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찰총국 산하 해커부대와 통일전선부 산하 전담 댓글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해커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지난 11일부터 전국의 사이버수사요원들에게 사이버 테러 경계활동 강화 지시를 내렸다. 지난달 북 4차 핵실험 직후 청와대 등 국가주요기관을 사칭한 이메일이 북한 관련 전문가들에게 발송된 사건이나 디도스 공격 등의 징후가 없는지 첩보 수집활동을 대폭 늘린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일련의 흐름 속에서 사이버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청와대 사칭 이메일 사건 후속수사 등 국가안보 관련 사건 수사와 범죄정보 수집을 최우선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1997년 2월 발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처조카 이한영씨 총격 암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요 요인 보호에도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테러학회 이만종 회장은 “향후 북한의 테러 양상은 주요인사 암살, 화생방·독극물 공격, 폭발물 설치 어느 하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여러 무기를 쥐고 있다가 상황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며 “당장은 사이버 공격 같은 저투자 고효율 테러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장기적으로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북한 공작원의 사주를 받은 안모(59)씨가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독침으로 살해하려 했던 사건처럼 북한이 탈북자나 국내 불만세력을 포섭해 간접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아직도 국회에서는 야당의 발목잡기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