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국회 진짜 이유는 여야간 '밥그릇 싸움'? 때문
여야는 ‘무능국회’라는 국민의 따가운 눈총과 소리를 들으면서도 아직 4·13 총선 선거구를 확정하기 위한 여야 협상이 '데드라인'만 늦춰가면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일 5개월전(작년 11월13일)까지 선거구를 재획정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여야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달 1일 오전 0시를 기점으로 기존 선거구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지만, 여야 협상은 아직도 한 달 반 넘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언론대로 여야 각당의 유력 대선후보, 주자, 당내 갈등들만 보도한 채 정작 무능국회에 대한 비판 질타는 등한시 하고 있다. 경제는 경제대로 암울, 국가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은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국회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정말 여야를 떠나 제대로 심판받아야 할 것 같다.
이런 지경에 이르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총선을 (제때) 치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는 23일을 선거구 획정의 최종적인 '마지노선'으로 잡는 기막힌 상황에 이르렀다. 국회 관계자는 17일 모 언론에 "여야 지도부가 내일(18일) 담판에서 선거구 획정안에 합의해야 23일 본회의에서 가까스로 통과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3일 처리가 불발되면 당장 이튿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진행되는 재외선거인명부와 국외부재자신고인명부 작성이 영향을 받는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쟁점법안 협상이 난항을 겪기 때문이다.
여야 지도부 회동을 하루 앞두고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물밑 접촉했지만, 문구 조율을 놓고 의견이 접근된 북한인권법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테러방지법에 대해 "안보·정보기관의 재편·개혁"을 전제로 달아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 전망은 한층 어두워졌다"고 새누리당 원내 관계자는 평가했다. 새누리당은 쟁점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연계해 처리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민주는 선거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하자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총선에서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여야의 이해가 상충하는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의미다. 새누리당은 여야가 잠정 합의한 '지역구 253석 안(案)'에 '농촌 의석 보호'가 가미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3대 1에서 2대 1 이내로 좁히면서 지역구를 246개에서 253개로 늘리려면 현재 9개인 강원도의 선거구가 8개로 줄어들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새누리당은 '5개시·군에 걸친 선거구 금지'라는 획정기준을 통해 철원·인제·화천·양구를, '선거구 평균 면적의 5배 초과 금지'라는 획정기준으로 홍천·횡성을 각각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당 지지세가 강한 강원도에 사실상 2개의 특별선거구를 만들고, 이를 위해 수도권에서 늘어날 선거구 가운데 1개를 줄이자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더민주는 강력히 반발했다. 현재 강원도 9석을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한 데다, 수도권의 증구(增區)지역구 가운데 더민주가 유리한 지역이 희생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민주 관계자는 "강원1석, 경북2석, 전남1석, 전북1석을 줄이고 수도권 등에서 12석을 늘리는 것은 여야 간에 이미 조정이 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증가의 '반대급부'로 요구해 온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기하더라도 석패율제는 도입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석패율제란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에 동시 입후보하도록 허용하고 가장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당선되도록 구제하는 제도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말도 안된다. 국민의 지지로 당선이면 당선이고 낙선이면 낙선이지 국민여론에 맞지않는 좌파 운동권 사상가들의 자리인가?” 라고 비판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더민주가 꺼내 든 석패율제가 '여당의 과반 의석 저지' 또는 '국민의당과 선거 연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권역별 의석수 조정과 석패율제 도입 여부가 합의되더라도 세부적인 선거구 획정 과정에 읍·면·동의 배분을 놓고 여야의 유·불리에 따라 '2차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선거구 획정이 2월 국회에서 무산되면 다음 3월19일부터 지역구 유권자를 상대로 받는 무소속 후보 추천, 이후 31일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총선 연기 주장까지 나올 수도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선거운동기간이 단축될 경우 유권자들이 후보들에 대한 알권리를 침해받게 된다는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참다운 민주주의를 현재 여와 야가 밥그릇 싸움으로 망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