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좀줍쇼" 김종인, 북한에 대해 "궤멸"썼다 "자멸"로 수정
어? 저당이 웬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9일 북한에 대해 '궤멸'이란 표현을 사용했다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언론에 '자멸'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궤멸'이든 '자멸'이든 그동안 야당에서 북한에 대해 사용하지 않았던 표현이지만 당내에서 '지나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올 것을 우려해 표현 수위를 낮춘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경기 파주 육군 제9사단 임진강대대를 방문해 "(북한이) 저런 식으로 주민 생활을 돌보지 않으면서 핵이나 개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쏜다고 해서 체제가 장기적으로 절대 유지되지 않는다"며 "언젠가는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북한 미사일 관련 긴급 대책 회의에서도 "(북한은) 국민 삶에 대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핵을 개발해도 결국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철저히 갖기를 바란다. 과거 소련이 핵이 없어서 무너진 게 아니다"고 했다. '와해'나 '궤멸' 등은 과거 더민주에서는 보기 힘든 수위 높은 발언이다. 이 같은 갑작스런 '우(右) 클릭' 행보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안보 이슈에서 밀리지 않고 중도를 공략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안보 무능'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더 이상 '북풍(北風)'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는 생각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 세 시간쯤 뒤인 오후 2시 15분쯤 김성수 당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궤멸' 발언은 '자멸'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궤멸' 표현이 자칫 흡수 통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말한 궤멸은 우리가 북한에 압력을 가해 체제를 붕괴시킨다는 '괴멸(壞滅)'이 아니라 핵개발에 몰두하면 자멸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 "평화통일이라는 우리 당 기조는 변함이 없다. 김 위원장 언급은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 메시지"라고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 김 위원장 발언을 오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여 표현을 수정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 전체 회의를 열고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려 했으나 여야 이견으로 채택에 실패했다. 국방위원 17명 중 15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회의를 했지만 결의안에 '미사일 방어체계(MD)' '남북 대화 노력'이란 문구를 넣어야 할지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당초 양당 간사 협의를 통해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포함한 다각적 군사적 능력을 조속히 갖출 것 ▲북한 당국과 재발 방지책 마련 등을 위한 남북 대화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KAMD 대신 MD를 넣어야 하고, '남북 대화 노력'이란 문구는 빼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민주는 '남북 대화 노력' 문구를 넣고 MD는 안 된다고 맞섰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한·미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공식 협의를 시작했는데, KAMD를 그대로 두면 뒤따라가는 표현"이라며 KAMD를 MD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더민주 진성준 의원은 "미군이 구축하는 MD 체제에 스스로 들어가는 거 아니냐는 주변국의 시각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며 반대했다.
여야 이견이 계속되면서 의원들은 지역구 등으로 내려가기 위해 하나둘씩 사라졌다.
더민주 김종인 위원장의 '궤멸'발언에 대해 한 시민은 "북한은 응당 궤멸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민주의 김종인 위원장의 발언은 평소 더민주의 북한에 대한 인식도 그렇고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더민주가 평소에 그랬서야지 이제와서 무슨 말장난이가? 선거때가 다가와 "표 좀 줍쇼" 하는 발언이라고 나는 본다"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