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장거리 미사일 연료주입
북한이 장거리 로켓(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는 정보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사실상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 군 관계자는 5일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마치고자 현재 연료를 주입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이날 미 국방당국을 인용해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것은 사실상 발사 준비의 마지막 단계로, 발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2012년 12월 12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연료 주입 시점은 명확하게 판별되지는 않았지만, 북한은 연료를 주입한 지 수일 안에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는 데는 보통 1∼2일 걸리며 한 번 연료를 주입하면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발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연료의 독성 때문에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고 오래 방치할 경우 미사일 동체에 부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액체연료로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을 쓰는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는데 이 물질은 강력한 독성을 갖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산화제로 쓰는 것으로 알려진 사산화이질소(N2O4)도 독성이 강하다.
이에 따라 북한이 국제해사기구(IMO)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기간인 8∼25일이 시작될 때 바로 미사일을 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은 변수는 날씨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예고 기간에 들어선 다음 날씨가 가장 좋은 날을 택해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 기간 첫 날인 8일에는 동창리 지역에 구름이 많이 끼고 오후에는 눈이 올 것으로 알려졌다. 눈은 이튿날인 9일 오전까지 계속되고 오후에 개기 시작해 10일에는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북한이 오전 7시부터 정오 사이에 미사일을 쏘겠다고 통보한 점을 고려하면 10일 오전에 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연료 주입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예상 외로 시간을 끌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기술 발전을 이뤄 연료의 독성을 낮췄거나 미사일 동체의 부식성을 개선했다면 연료를 주입하고도 상당 기간 미사일을 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면 하루 이틀 안으로 쏜다고 봤지만, 지금은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국방부,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연기…"각국 합참의장 현장서 상황 지휘"
한편, 우리 국방부는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5일 "북측이 통보한 발사 예고 기간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발사 준비가 상당히 진척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장인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구체적인 동향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한 기간인 8∼25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는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예고 기간에 언제든지 미사일을 발사하고자 추진체를 발사대에 장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발사대에 상시적으로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어 정찰위성 사진만으로는 추진체를 장착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북한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참관을 위한 건물을 발사장에 세웠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문 대변인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2012년 4월과 12월 두 차례 장거리 미사일 발사 당시 현장에서 참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동해안에서 중·단거리 미사일을 쏠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군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일 3국 합참의장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이달 중 개최할 예정이었던 회의는 연기됐다. 군 관계자는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는 현 안보 상황과 관련해 연기하기로 했다"며 "각국 합참의장들이 현장에서 상황을 지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