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법, 여당안+정의장중재안 절충 급물살
국회법(국회선진화법) 개정안과 관련 새누리당안과 정의화 국회의장의 중재안이 충돌하는 가운데, 여당안과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는 절충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과 정 의장 모두 국회선진화법이 19대 국회가 식물국회가 된 주요 원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지만 여당안은 직권상정 요건을, 정 의장의 중재안은 안건 신속처리 제도(패스트트랙) 요건의 완화를 주내용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정 의장의 중재안은 패스트트랙 요건을 종래 재적의원 3/5에서 과반수로 완화했다. 또한 신속 처리해야 할 안건을 국민안전의 중대한 침해' 또는 '재정·경제상 위기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한정해 남용을 방지했다. 아울러 중재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안건의 심사 기한 역시 현행 330일에서 75일로 대폭 단축했다.
지난주 심사기한 단축 없이 제안된 정 의장의 중재안을 두고, "패스트트랙이 아닌 안건 지연처리 제도"라고 비판한 새누리당의 지적을 수용해 이를 보완한 것이다. 당 관계자는 "선진화법의 문제점이 많이 보완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당 지도부는 이같은 의장 중재안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라던 종래의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다"며 한발짝 물러선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장기 경제어젠다 추진 전략회의 후 기자들에게 "정 의장이 낸 중재안도 검토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당 안과 절충해서 좋은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정 의장이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여당안의 상정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터라 충돌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이같은 접점 찾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정 의장은 '친정에 대한 배신', 새누리당은 '집권여당 독재'라는 비판에서 각각 자유로울 수 없던 차였다. 또한, 정 의장이 여당안을 상정하지 않을 경우 당으로서는 뚜렷한 대처방안이 없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은 독자안을 공식적으로는 고수하되, 의장 중재안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발전된 형태의 수정안을 최종적으로 제출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정의화 국회의장, 선진화법 중재안 정식 법안 발의키로
한편, 입법부 수장으로서 정 의장의 역할론도 주목받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국회선진화법과 관련한 자신의 중재안을 정식 법안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정 의장측 관계자는 이날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 위해 오늘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고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는 의원 10명 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가능하다. 정 의장은 이날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19대 국회는 식물국회,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며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국회선진화법을 제대로 고쳐서 20대 국회를 맞도록 하는 것이 19대 의원 모두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이어 "국회선진화법의 위헌적 요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국회의 생산적 운영을 가능하게 할 중재안을 마련했다"며 "안건 신속처리 제도를 이름 그대로 신속처리가 가능한 제도로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사위의 심사기간을 90일로 제한하고, 9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부의하여 법사위에서 법률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다"며 "19대 국회 내에 결자해지하기 위한 노력에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앞서 이날 오전에는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여당안 대표발의자인 권성동 의원, 그리고 이철우 의원을 불러 자신의 중재안을 설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원내대표는 "정 의장이 불러서 의장실을 방문, 중재안 설명을 다시 들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의장 측 역시 "여당이 여당 독자안과 의장 안을 병행해 심사한다고 했다"며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알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만, 국회법 개정안의 처리 시점을 놓고 새누리당과 정 의장은 여전히 맞서고 있다. 여당은 쟁점법안의 1월 국회 처리를 위해 선진화법 개정안을 먼저 처리할 생각인 반면, 정 의장은 2월 국회에서 처리해 20대 국회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의장실을 방문했던 이철우 의원은 테러방지법 관련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우리 당 안은 본회의에 바로 상정될 수 있지만, 의장안은 법안 제출 후 운영위원회도 거쳐야 하는 등 시간이 많이 걸려서 이번 국회에 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바깥에서는 정의장을 향해 “빨리 선진화법 개정해 통과시켜라”는 소리가 난무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