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제주공항 마비…6000여명 결박
23일 제주전역에 7년여만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제주를 오가는 항공편이 무더기 결항되면서 승객 6000여명이 제주에 발이 묶였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이날 출발 142편, 도착 121편 등 263편이 결항되고 출·도착 78편이 무더기 지연됐으며, 24일 오전 6시까지 예정된 항공편 모두가 결항될 예정이다. 무더기 결항 사태가 빚어지면서 현재 제주공항에는 발이 묶인 승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오후 8시 기준 공항공사 추산 체류객은 6000여명에 이른다.
공항 빠져나가기도 어려워…제주도, 긴급 버스 투입
항공편이 결항된 이용객들이 숙소를 잡기 위해 시내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기상악화로 인해 제주시내 교통 상황도 여의치 않아 버스와 택시 이용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오후 8시50분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해 김포에 가려했던 박모(39·여)씨는 “일단 공항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택시나 버스를 타려해도 추위 속에서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일 오전 비행기가 뜰 지도 모르니 공항에서 밤을 새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제주도는 공항 3층 대합실에 안내데스크를 설치해 교통편(콜택시·렌트카)과 숙박시설(숙박·식당·찜질방·사우나) 등을 안내하고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통역요원 4명도 배치했다. 또 전세버스 30~40대를 긴급 투입해 신제주(신제주로터리?제원아파트)와 구제주(터미널?시청) 구간을 운행하고 있으며, 공항버스(삼영교통)도 배차시간을 단축해 운행하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의 협조 아래 전세버스를 계속해서 투입하고 있다. 이로 인해 1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체류객들은 많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관광공사와 관광협회에서 숙소를 섭외해 이용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항 내에서 체류하고 있는 이용객들이 있어 제주도는 이날 밤 10시부터 공항 대합소에서 삼다수와 컵라면도 제공할 예정이다.
공항공사는 이용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난방과 전력시설 등 편의시설을 점검하는 한편 체류 여객을 지원하기 위해 항공사와 대책을 마련 중이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외부에 나가서 숙박할 수 있는 분들은 안내를 해드리고 있다”며 “하지만 도저히 갈 곳이 없다고 하면 보안상 문제 때문에 일정 공간에 가 있을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항 체류객 중 노약자들이 있어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긴급 상황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이라며 “이후 조치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4일 오전 6시 이후의 운항 재개 여부는 내일 아침 기상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다른 제약사항이 없는 한 조속히 항공운항 정상화가 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24·25일도 항공기 정상 운항 불투명
제주도에 따르면 이날 제주에서 다른 지방으로 떠나려던 이용객은 총 3만4000명, 제주로 오려던 이용객은 3만4000명 등 총 6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또 24일 공항 이용객 예정인원은 7만6000명(출발 4만명, 3만6000명), 25일 예정인원은 7만1000명(출발 3만6000명, 도착 3만5000명)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23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제주공항을 이용하는 총 인원은 무려 21만6000명에 이른다. 하지만 24일 강한 바람과 함께 낮 최고기온이 영하권에 머무는 등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가 예고돼 항공기 정상 운항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3일 오후 5시40분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해 김포로 향하려던 김미진(34)씨는 “항공편을 바꾸려고보니 기상악화 때문에 25일 오후 7시에야 가능하다고 하더라”며 “기상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에는 현재 강풍, 저시정, 대설, 윈드시어 특보가 발효 중이며 23일 오후 늦게 해제될 전망이어서 승객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제주도 전역에 한파주의보를 발효했다. 한파주의보는 2009년 3월13일 이후 약 7년만이다.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