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북핵문제 6자회담 무용론 첫제기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6자회담 무용론을 제기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은 22일 북핵 6자회담 무용론을 처음으로 제기하고 '북핵문제'를 '북한문제'로 넓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보일 때까지 사실상 북핵대화를 폐기하고 중국을 포함한 5자(북한을 뺀 6자 회담국) 차원에서 북한 자체를 압박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외교부 등 3개 부처로부터 합동 업무보고를 받고 "6자 회담을 열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을 제외한 5자 회담을 시도하는 등 다양하고 창의적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 방식인 6자 회담에 대해 '실효성 문제'를 지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6자 회담 무용론으로 분석되는 이런 박 대통령의 언급은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기조 변화를 의미한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대화와 압박이라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이제는 대북 압박에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다. 이런 기조 전환은 북한이 4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이른바 핵·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 핵 포기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해결은 설 자리가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남북관계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당장 북한과 급하게 대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병진 노선을 계속 추진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해가는 상황에서 북한의 생각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대화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말했다. 북한이 당장 병진 노선을 버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북한이 태도 변화를 보일 때까지 이른바 '당근과 채찍' 가운데 '당근 정책'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한미 양국의 외교도 북핵대화 재개조건 탐색을 통한 비핵화 대화재개 노력에서 대북 압박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를 견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가지를 언급했다. 형식적으로는 5자 회담 시도를, 내용 면에서는 "북핵 문제는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북핵문제를 접근하겠다는 것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핵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사안을 다루기 보다는 보다 포괄적인 북한문제의 틀에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양자 및 다자제재를 추진할 때 북한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는 조치에 더해 북한 지도부가 "뼈아프게 느낄" 조치를 통해 행태를 바꿔나가도록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반복되는 비핵화 촉구만으로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건은 북한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동참이다. 박 대통령이 5자 회담을 언급한 것도 이런 인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북한의 4차 핵실험에도 불구, 중국이 여전히 대북제재 문제에 미온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5자 회담을 통한 5자 대북 압박 공조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8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등 이른바 중국의 '북핵3원칙'을 거론하며 북핵문제 대응에 이3가지 중 하나도 빠져선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