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 난파선의 ‘햄릿 딜레마’
김한길, 뒤에서 탈당 불쏘시게 진행 중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 및 중진 의원들과 만나 탈당 및 야권 재편을 모색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의 결단을 요구해온 박지원·박영선 의원 등과 접촉하면서 탈당 세(勢) 규합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뒤, 새정치연합을 떠난 현역 의원은 총 5명이다. 광주의 장병완·박혜자 의원도 이르면 28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탈당 대열에 수도권의 김한길계까지 합류하면 그 파급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비주류 최원식 의원은 "당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김 전 대표가 1월 10일에서 15일 사이 탈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주승용 전 최고위원도 1월 10일쯤으로 탈당 시점을 잡고 있다. 박지원 의원 측도 "김 전 대표가 탈당하면 뒤따라 탈당할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과 가까운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도 같은 입장이다. 동교동계 이훈평 전 의원은 "박지원 의원이 탈당하면 우리도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한 비주류 의원은 "김 전 대표가 탈당하기 전 김한길계 수도권 의원들이 먼저 탈당하면서 충격과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최재천 의원이 최근 자신의 지역구(서울 성동갑) 사무실을 정리해 김한길계 탈당 1호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 전 대표는 탈당하게 되면,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의 신당 세력, 여권 성향의 인사들까지 설득해 통합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김 전 대표는 안 의원이 창당 시기로 내세운 '2월 초 전'에 30명 이상의 현역 의원을 끌어들여 야권의 창조적 파괴, 나아가 정계 개편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 전 대표는 이 같은 구상에 대해선 안철수 의원과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박영선과 회동
김 전 대표와 박영선 의원의 회동도 화제가 되고있다. 박 의원은 지난 24일 김 전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탈당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야권 재편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탈당이라는 방식에는 부정적이었다. 두 사람은 안철수 신당 합류 문제보다는 야당 인사들은 물론 여권 성향 인사들까지 참여하는 정치권의 개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김 전 대표와의 회동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야권 관계자는 "김 전 대표와 박 의원은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합리적 보수 인사와 함께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이런 구상에 대부분 부정적이고 그들만의 착각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표와 비공개로 만난 뒤 탈당하겠다는 뜻을 주위에 알리기 시작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전 대표가 몇 가지 대안(代案)을 제시하면서 간곡하게 사퇴를 권유했지만, 문 대표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이를 계기로 김 전 대표가 탈당 결심을 굳혔다"고 했다. 이후 문 대표가 중진들과 당 상황을 놓고 고민한 끝에 '조기 선대위' 카드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김 전 대표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주말 사이 문 대표가 사퇴하면, 김 전 대표가 탈당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최원식 의원은 "이미 김 전 대표의 마음은 떠났지만, 문 대표가 사퇴하면 탈당 명분이 없다"고 했다. 결국 김 전 대표의 탈당 여부를 결정하는 건 27일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중진과 수도권 의원들이 이날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재차 문 대표에게 '조기 선대위 체제' 전환에 따른 '2선 후퇴'를 요구할 예정이다. 우상호 의원은 "의원 대다수가 모여 선대위를 받아야 한다는 공론을 만들면, (김 전 대표가) 명분이 많이 떨어져 탈당을 못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탈당 열차'에서 중도 하차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탈당해야 하나? 마나?”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 햄릿 딜레마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선언 이후 수도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다수 의원들은 계파 갈등이 진저리 난다며 탈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수도권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은 수도권은 선거구도의 특성 때문에 소신 행보를 이어갈 수 없다고 털어놓고 있다. 탈당 하기는 해야겠는데 시간이 4개월밖에 없기에 탈당하겠다는 의사가 언론에 비치면 당이 자신들의 대항마를 만들어 밀어내는데다 새누리당까지 이중의 정적과 싸워야 하는 딜레마다.
수도권의 어떤 의원은 그런 상황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한다. 또 수도권의 호남향우회에 나가면 “왜 당신은 문재인 밑에 있느냐? 그곳에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릴려고 하느냐?”는 질타와 핀잔이 들어온다. 요즈음은 점점 충청향우회에서도 같은 질타다. 그러니 “고민 안하게 생겼느냐?”고 한다. 이어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려는 수도권 의원은 최대 15명까지 추산되고 있다. 당 내부에선 정서적 마지노선인 10명 이상의 수도권 의원 탈당이 현실화된다면, 그 수치는 20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호남지역에서 안철수 신당행이 러시를 이루는 것과 달리 수도권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아직 없다. 안철수 신당의 컨벤션 효과가 극대화되고 있지만, 실제로 총선에서 신당 후보로 나올 경우 새정치연합의 조직적 반발이 여당 후보보다 자신들을 향할 공산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의원은 “수도권 내 친노 성향의 젊은층 표가 10%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한자리 수 내에서 당락이 오가는 수도권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의 ‘뒤끝’과 젊은 친노표까지 등진다면 이기는 싸움은 사실상 어렵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속내를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의원들은 호남향우회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다. 탈당 시기가 더 늦어지면, 호남향우회를 중심으로 한 야권 성향의 표가 기권 혹은 무관심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깨를 짓누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야당 텃밭으로 불리는 지역구의 중진 의원은 “주말 산행을 떠나는 지역 산악회 버스에 인사를 갔는데, ‘계속 뜸만 들일거냐’, ‘내년 총선엔 투표 안하고 말랍니다’라고 먼저 말하니 정말 결정을 해야 하나 싶다”며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면 당장이라도 탈당을 선언해야 하지만 전체 판도와 수도권 선거구도를 무시할 수도 없다”며 답답해 했다.
일각에선 이르면 내주 초부터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호남 맹주인 박지원 의원에 이어 수도권 계파보스인 김한길 의원마저 탈당을 결행하면 고민하는 비주류 의원들의 행보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무성하다. 하지만 각 계파수장들이 여전히 문재인 대표와 신경전에만 몰두하면서 수도권 비주류 의원에겐 고민의 시간만 길어지고 있다.
국민들, “저런 소신없이 자기자리만 생각하는 자들” 비난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분노와 질타만 가득하다. “다 이모든 것이 야당의 자업자득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제 리더도 구성원들도 다 정치생명이 꺼졌다. 이래가지고 탈당을 한들 아니한들 정권을 찾아 오기는커녕 총선도 글렀다. 당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와중에도 오직 자기자리밖에 보이지 않는가? 탈당을 하든 안하든 정치소신도 없고 자리보존 눈치밖에 없지 않는가? 그래가지고 국민들의 지도자들이라 할 수 있나? 이것은 이미 정치라 할 것도 없고 그런 정치 X나 X도 다 할 수 있다. 위기, 이런 때 누구든 정치 진정성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탈당 하려면 확실히 뭔가 보여주며 하던가? 뭐하는 것인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탈당이든 아니든 더 이들이 정치소신은 커녕 국회의원 뱉지, 자리가 더 중요한 치졸하고 더러운 자리보존의 속내만 더 들어날 것이다. 딱 타이타닉, 세월호다. 국민민생 법안 대안도 없이 발목이나 잡고 국민혈세 식충일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