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공포, 내년부터 현실로
한국은행은 22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월세보증금이 20% 급락하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전체 임대가구(746만가구)의 11.9%(88만7,000가구)가 은행에서 빚을 내야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미시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전세 가격이 20% 급락할 경우 38만가구가 전세금을 다 돌려줄 수 없는 ‘깡통주택’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89만가구도 집주인이 빚을 내야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년 상반기부터 가계부채관리방안의 하나인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다, 2018년부터는 고령화 충격이 집값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깡통주택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확산할 것으로 보이는 심각한 상황이 왔다.
한은이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 미시자료 및 주택실거래가 데이타베이스(DB) 등을 이용해 추정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월세 보증금 규모는 530조원 가량이다. 공식 통계로 잡히지 않는 가계간 사금융 규모가 1,200조원에 다다른 금융권 가계부채의 절반에 달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전·월세 보증금 부채가 금융자산을 초과하는 가구 비중이 전체 임대가구의 43.6%(325만가구)에 달한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이 보유 금융자산의 5배를 초과하는 가구도 전체의 11.9%다. 이렇다 보니 전세가격이 20% 떨어질 경우 빚을 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집주인이 10가구 중 1가구에 달하는 것이다.
특히 이중 절반에 가까운 38만 가구는 빚을 내더라도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다 돌려주지 못한다. 내년 상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계의 돈줄을 죄고, 공급과잉이나 인구 고령화 등으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부터 은행의 대출 심사 기준이 까다로워지면 빚을 내야하는 집주인으로선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주기 더 어려워진다”며 “여기에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해 전세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닷컴 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