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세계각국 ‘각자도생’ 우리문제는 주식·부동산·가계부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이 경기를 살리려고 유지해왔던 '제로(0) 금리' 시대가 드디어 끝났다. 미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0~0.25%에서 0.25~0.5%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2008년 말 금리를 제로로 낮춘 지 7년 만에 처음 금리를 올린 것이고,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렸던 2006년 6월부터 따지면 9년 6개월 만의 금리 인상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겠다고 결정한 것은 미국 경기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 위기 직후 10%까지 치솟았던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달 5%로 떨어졌다. 성장률은 3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2.6%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은 "미국의 경제 체질이 꽤 양호하다. 이번 금리 인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으로 전 세계는 이제 각국의 경제 체력에 따라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더 높은 곳을 찾아 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홍콩·사우디아라비아 등은 17일 바로 기준 금리를 뒤따라 0.25%포인트씩 올렸다. 반면 경기 회복이 더딘 유럽은 지난 3일 이미 마이너스(-) 0.2%인 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더 내렸고,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양적 완화를 6개월 연장하는 추가 부양책을 내놨다. 중국도 지난 1년간 기준 금리를 여섯 차례 내리면서 올해 '7% 성장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관망하는 입장이다. 이처럼 위기 이후 '돈 풀기'에 합심했던 각국이 이제는 금리를 인상·인하·동결하는 세 갈래 길로 나뉘어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대분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16일 미국 다우지수는 1.28% 올랐고, 17일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0.43%, 일본 닛케이지수가 1.57% 올랐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어서 금융시장에 앞서 충격이 반영된 데다 이제는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미국의 '제로 금리 종식'으로 도래할 각자도생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17일 홍콩 등은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고,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더 낮추는 등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각자도생' 통화정책 시대가 왔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올해 성장률이 2.6% 내외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1996~ 2005년)의 평균 성장률 3.3%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면서 당분간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미국 달러와 연계가 강한 나라들은 경기 침체에 빠져 있어도 자금 유출을 막으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17일엔 홍콩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바레인 등 중동 3개국이 기준 금리를 0.25%씩 올렸다. 반면 유럽·중국은 미국의 움직임에 아랑곳하지 않고 돈 풀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유로 지역의 평균 인플레이션율이 0.1%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하락)을 걱정할 수준이다. 중국도 수출 부양을 위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인민은행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가 되면 달러에 묶인 위안화 가치도 덩달아 높아져 수출에 타격받을까 봐 지난 9거래일간 위안화 가치를 1.42% 떨어뜨렸다.
미금리인상, 우리문제는 주식·부동산·가계부채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우리 경제의 증시와 부동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한국은행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올리게 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침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주식, 부동산, 채권, 외환시장 가운데 주식시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부동산,외환, 채권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될 것도 큰 문제다. 또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도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시중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