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한민국,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의장, 새누리, 경제법안 의장 직권상정 정면충돌
노동개혁 및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의 연내 처리를 두고 입법부 수장과 여권이 정면 충돌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경제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압박을 “초법적 발상”이라며 거부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까지 거론하며 정 의장을 강하게 몰아붙였다.
정 의장은 16일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는 기자간담회에서 청와대의 경제관련 법안 직권상정 요구와 관련해 “초법적 발상으로 행할 경우 오히려 나라에 혼란을 가져오고 경제를 나쁘게 할 수 있는 반작용이 있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국가 비상사태에 (직권상정이) 가능하다고 돼 있는데, 과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 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청와대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정 의장은 이어 “어제 청와대에서 메신저가 왔기에 그렇게 (직권상정)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봐 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면서 “(경제법안 직권상정을) 안 하는 게 아니고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임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간담회가 열린 의장실에서 국회법까지 들어 보이며 직권상정은 권한 밖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법 85조는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 여야가 합의한 경우에만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선거구 획정안은 여야 합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선거구 획정이 (연말까지) 안되면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 침해이자 입법 비상사태”라며 “그럴 경우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동의할 수 있는 법안을 제가 직권상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긴급재정경제명령 카드까지 꺼내면서 정 의장을 압박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긴급재정명령권 발동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ㆍ외환 및 중대한 재정ㆍ경제 위기를 맞아 대통령이 발동하는 헌법상 긴급 명령권으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실시하면서 발동한 적이 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연석회의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이걸 못하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긴급권 밖에 없다”며 긴급명령을 거론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피켓시위까지 벌이며 경제관련 법안의 직권상정을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의총에서 청와대가 요구하는 경제관련 법안의 심사기일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뒤 정 의장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원유철 원내대표와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이 결의문을 들고 의장 집무실을 방문하자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찬성할 수 없다. 여러분도 그 법이 통과될 때 찬성하지 않았느냐”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뒤 집무실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구 획정, 정의장 ‘플랜A’로 직권상정 결단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문제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16일 직권상정을 결단하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출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 의장은 여야가 합의안 마련에 실패한다면 12월 31일을 전후해 지역구를 246석으로 하는 획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야당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의화 의장, “야당의 연동형 비례제 도입은 힘들어”
정 의장은 이날 국회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구 획정안이 이달 말까지 처리가 안 되면 ‘입법 비상사태’가 생긴다며 여야가 최종 합의에 실패할 경우 심사기일을 정해 직권상정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의장은 “참정권은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 중 하나로 선거구 획정이 정해지지 않고 12월 31일이 지나면 입법 비상사태라고 지칭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연말연시쯤에 제가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야가 끝내 합의에 실패할 경우 야당이 주장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선거에서 정당이 얻는 득표율과 실제 차지하는 국회 의석 수의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거듭 요구해왔다. 현행 소선거구제 선거제도에서 민의가 왜곡되는 문제점을 해소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여당은 적극 반대했다. 정 의장은 “여야 양쪽을 중재하면서 연동형 비례제는 도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저는 도달했다”며 “더 이상 그 부분은 (중재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권자 연령을 19세에서 18세로 한 살 낮추는 야당 요구를 여당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며 여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지역구 246석안 유력, 구시군 분할 금지 완화 시사
정 의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을 획정기준으로 지역구 의석을 246석, 비례대표 의석을 54석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정 의장은 “여야가 합의를 한 것에 준하는 내용이 아니면 낼 수 없다고 본다”며 “현행 246:54는 지난 13년간 이어져 온 여야 합의로 결국 그것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정 의장 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맞춰 선거구 인구편차를 3대1에서 2대1로 줄이는 과정에서 농어촌지역구가 10석 가까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를 입을 영ㆍ호남ㆍ강원 의원들의 집단 반발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때문에 정 의장 측은 여야 지도부가 잠정 합의한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 안을 ‘플랜B’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은 아울러 농어촌지역구 감소를 최소화하는 해법으로 현행 공직선거법상 자치구ㆍ시ㆍ군 일부 분할금지 원칙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구시군 분할금지 원칙 완화 문제는 앞서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도 심도 깊게 논의된 바 있지만,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에 대한 우려가 커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정 의장은 “현행과 같은 숫자로 가게 되면 상당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시대 상황을 봤을 때 벽을 허물어줘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여야가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이 밖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14일 처리한 휴대전화 안심번호제 도입과 여야가 잠정 합의한 *예비후보자 홍보물 배포 제한 완화 *정당 경선 참여자의 결과 불복 출마 제한 강화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