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당내홍, 사실상 지도부 와해 수준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명에 들어간 연합이란 글자가 무색해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내 '투톱' 중의 한사람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 불참을 선언했고, 일부 당직자들도 당무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왔다. 당 내부에선 완전히 쪼개지면 곤란하니 일단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기류도 강해지고 있지만 당 내홍은 사실상 지도부 와해 수준에 이르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 불참 대신 전직 원내대표들과 만나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표에게 앞으로 '최고위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한 뒤였다.
[이종걸 원내대표/새정치연합 : (오영식, 주승용 최고위원 사퇴 등) 기능이 많이 저하된 최고위에 나가서 오히려 기능과 흠결을 보완하는 것이 저에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비대위 체제로 당내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며 문 대표를 압박했다. 이른바 '구당파' 비주류 의원들도 비대위 체제 주장에 가세했다. 안철수 의원의 대표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문병호 의원은 "문 대표가 이번주 중으로 결단을 하지 않으면 안 의원의 탈당은 다음주중 이뤄질 것"이라며 압박수위를 끌어올렸다. 안 의원 측은 '탈당 임박설'은 현재로선 사실무근이라며, 안 의원은 서울 근교에 머물며 당내 현안에 대해 숙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불참 선언에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는 9일 문 대표와 전날 밤 통화한 내용을 전하면서 “문 대표가 감정이 북받친 말씀들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에 대해 “모든 의원들을 아울러야 하는 원내대표로서 한쪽(비주류)에 편중하는 것”이라며 “당무를 거부하면 원내대표의 위치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문 대표는 “당무는 수행한다. 당무 거부가 아니다”라는 이 원내대표 주장에는 “최고위에 나오지 않는 것은 당무 거부”라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특히 최근 자신을 공격해온 일부 비주류 의원들 이름을 언급하며 “그런 사람들과 어울려 지도부나 흔들고, 원내대표가 그래도 되겠느냐”는 말도 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전제로 한 비대위 체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격한 반응을 보였다”고 이 원내대표는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날 통화 내용을 확인하는 기자들 질문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정말… 전화도…”라며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주류 측은 의원총회에서 비주류의 ‘당무 보이콧’을 강력 비판했다. 강기정 의원은 “정무직 당직자들이 당의 신용카드를 쓰면서 당을 흔들어선 안된다”고 힐난했다. 원혜영 의원은 당직 사퇴를 고민 중인 최재천 정책위의장을 향해 “당무와 정책을 구분해 대여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표도 비공개 최고위에서 “당무 거부를 하려면 당직을 사퇴하는 것이 도리다. 당직을 사퇴하지 않으면서 당무를 거부할 경우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의원, 文·安 비상지도체제 중재안 마련중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수도권 의원들은 9일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 현 지도부를 '문·안'(문재인·안철수) 공동책임의 비상지도체제로 전환하는 중재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김상희 김현미 민병두 오영식 의원 등 수도권 의원 10명은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3개항의 중재안을 마련하고 당직자를 제외한 수도권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서명작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10일 이 중재안을 '문·안' 양측에 제시하며 의사를 타진할 계획이다.
중재안은 문 대표가 당 대표로서 무한책임의 자세로 임하고 안 전 대표는 창당의 주역으로서 책임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문 대표의 사퇴가 필요하고 안 전 대표는 탈당해선 안된다는 의미다. 중재안은 또 "우리는 문 대표가 채택한 혁신안과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혁신안을 당이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과감하게 실천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모두 자신의 혁신안 관철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며 문 대표는 대표직 유지를 고수하고, 안 전 대표는 탈당 배수진까지 친 상황을 고려해 양자의 혁신안을 모두 실천해야 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중재안은 마지막으로 '문·안'의 공동책임 하에 당을 비상지도체제로 전환해 혁신과 통합의 과제를 굳건히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현 지도부를 비대위로 전환하되 '문·안'이 실질적인 비대위 구성권을 행사하고, '문·안'이 직접 공동비대위원장으로 참여할 가능성까지 열어뒀다는 설명이다.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하더라도 다시 비대위원장에 나설 수 있고,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문 대표가 일단 사퇴한다는 점에서 양측의 입장을 반영한 안"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또다른 형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문 대표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형태여서 받기 쉽지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문 대표는 대결이 아닌 단합의 방안, 특히 공론화된 단합의 방안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 방안을 들어본 뒤 판단할 부분 아닌가 싶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 대표는 전날 중진 의원들이 '문·안'의 백의종군과 비대위 출범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제시하자 "깊이 생각해보겠다. 대표직에서 사퇴하려면 최고위원들과 상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입가경이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