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존치 VS 로스쿨' 논란, 갈수록 심각
제5회 변호사시험을 채 한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논란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집단자퇴, 사시출제 거부 등에 이어 헌법소원, 형사고발로까지 옮겨붙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할 상황으로 전재되고 있다. 사시 수험생 106명은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상대로 "사시존치 법안에 대한 심의·표결을 지연해 기본권 보호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헌법소원을 낸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현행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사시 1차시험은 내년 2월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시행되지 않아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사시존치 반대 의원들이 시간을 끌어 임기만료로 법안을 자동폐기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고 있고 이는 돈이 없어 로스쿨에 가지 못하는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대한법학교수회 백원기 회장 (오른쪽 두번째)등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810인의 법학교수가 서명한 사법시험 존치법안 통과 촉구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또 "현재 법조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시출신 변호사, 로스쿨출신 변호사 간의 갈등도 국회가 사시존치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전국 법과대학학생들이 주축이 된 '사법시험 폐지 반대 전국대학생연합' 소속 대학생 870명은 같은날 "사시폐지 4년 유예안을 유지해달라"는 내용의 민원을 법무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또 "집단자퇴로 국민을 협박하고 학사 일정을 거부하는 로스쿨에 더 이상 예산을 지원하지 말라"는 내용의 민원도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반면 로스쿨 소속 학생들의 모임인 전국법학전문대학원 학생협의회는 법무부의 사시폐지 유예입장 철회,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사과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7일 발표했다. 로스쿨 학생들은 "법무부가 사시폐지 유예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전원 자퇴서 제출, 학사일정 전면 거부, 제5회 변호사시험 거부 등 대응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모여 만든 한국법조인협회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법무부장관은 현행법을 존중하지 못한다면 즉각 사퇴하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법무부는 사시폐지 유예입장을 즉각 철회하고 이 모든 사태를 주도한 법무부장관은 전국민에게 사죄하라"며 "법무부가 사시폐지 유예입장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장관의 퇴진운동을 강력히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로스쿨 소속 학생들의 학사일정 거부, 자퇴 결의와 로스쿨 소속 교수들의 사법시험 출제 거부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 커지고 있다.
앞서 전국 로스쿨 학생들은 사시폐지 유예입장 발표 이튿날인 지난 4일 전원 자퇴를 의결하면서 향후 학사일정과 변호사시험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전국로스쿨 원장들 역시 사시 유예방안이 철회되지 않는 한 사시 출제를 거부하고 변호사시험에도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7일 성명을 통해 "학사비리 문제, 장학금 축소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침묵해온 로스쿨협의회가 단지 사시를 4년간 병행한다는 발표에 대해 필요 이상의 극단적 방식으로 거부하는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출제 거부로 법무부를 압박하겠다는 발상은 자신들이 아니면 법조인 선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만과 우월감의 표출일 뿐"이라며 "로스쿨협의회 소속이 아니더라도 법학교수, 변호사 등 이론가와 실무가가 변호사시험 등 법무부 주관 시험 출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사법시험 존치를 찬성하는 고시생 1137명 역시 법무부가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의견을 내자 로스쿨 학생들에게 자퇴를 강요한 혐의 등으로 로스쿨 학생협의회 임원진 등을 고발할 계획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제5회 변호사시험은 내년 1월 4일부터 4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사시 1차 시험일은 현재까지 잡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예년대로라면 내년 1~2월 무렵 진행된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