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예산 뜯어보니,,,누리과정 3000억 편성, 호남·충청 SOC 1000억 증액
내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쟁점이었던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문제는 정부가 3000억원의 예비비를 편성해서 시·도 교육청을 지원하기로 했다. 찜통학교 해소 등 학교 노후시설 개선과 환경정비 명목으로 지원해 우회적으로 지방 교육재정 부담을 덜어 주는 방식이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누리과정 예산 주체가 어디며 누가 부담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봉합’하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애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엔 누리과정 예산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야당에서 “무상보육은 대통령 공약사안인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며 예산지원을 요구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14곳도 정부방침에 반발하며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대구·경북·울산 세 곳만 일부 반영했다. 자칫하면 내년 누리과정 운영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 지난해에도 정부·여당과 야당은 이 문제로 대립하다 중앙정부가 누리과정에 5046억원을 지원하는 선에서 타협을 했다. 올해 심의과정에서는 정부·여당이 605억원의 국고지원을 제시했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국회처리를 위한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을 하면서 지원규모가 늘어나 버린 것이다.
지역예산에서는 대구·경북(TK)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을 유지하는 대신 호남지역 SOC예산을 늘리기로 했다. 야당은 대구권 광역철도사업(168억원)과 대구 순환고속도로(1835억원)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 배정한 예산안보다 5600억원 증액했다”고 주장하면서 “호남쪽 예산을 늘려주면 대구지역 예산증액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했다. 여야 합의과정에서는 호남과 충청 지역예산을 증액하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광주 송정∼목포 호남고속철도, 서해선복선전철 등에 국고지원액이 1000억가량 늘어났다. 광주광역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 2019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에도 657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야당이 ‘박근혜표 예산’이라고 비판했던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위한 공적개발원조(ODA)예산(622억원)은 유지됐지만 나라사랑정신 계승·발전사업 예산(100억원)은 20억원이 삭감됐다. 세월호 사고 당시 대통령의 행적조사를 하겠다고 의결해 논란이 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62억원)은 그대로 유지돼 심각한 비판소지를 안게 되었다. 분야별로는 복지예산이 정부가 애초 편성했던 것보다 4732억원 늘었다.
교통·물류예산이 3868억원, 산업·에너지예산도 1644억원 각각 증액됐다. 반면 일반·지방행정예산(1조3584억원)과 국방예산(1543억원)은 원안보다 감액됐다. 내년 총선을 앞둔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도 여전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증가율이 예년의 절반(3%)밖에 되지 않아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는 지역사업 예산을 증액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전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