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방미, 한미동맹·대북공조 강화, TPP협조 '성과'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미국순방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비롯, 북한 문제에 관한 미국과의 공조를 확인하는 등 한·미 동맹을 보다 공고히 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처음으로 북한문제에 특화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또 이번에 불거진 중국 경사론에 대한 미국측의 부담을 해소하면서 국제이슈에 대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협의하는 등 포괄적 전략동맹을 한층 강화했다. 경제적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문제에 관해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낸 점도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3일 미국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이튿날인 14일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헌화한 뒤 나사(NASA)의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를 찾았다. 현직 대통령의 미국 나사 방문은 두 번째로 50년 전 박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은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 양국간 첨단 산업 분야 비즈니스 협력 증진을 강조하고 '한·미 우호의 밤'에 참석해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해온 미국 각계 인사들과 우리 동포들을 격려했다.
15일에는 미 국방성인 펜타곤을 방문해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 펜타곤은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16분간 의장대 공식의장 행사를 진행하며 최상급의 예우로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례적으로 바이든 부통령과 관저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한·미 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또 한·미 재계회의에서 양국 재계간 유대강화와 통상협력 관계 증진을 강조하고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미국 전·현직 고위인사들과 학계 등 미국의 각계 여론 주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우리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연설했다.
북한문제 특화 첫 한·미 공동성명 채택
박 대통령과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북한 문제에 특화된 첫 한·미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는 한층 강화된 한·미 동맹을 대내외에 확인시킴으로써 한반도 방위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깊은 우려를 공유하면서 만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분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개발 행위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상시적인 위반이라는 사실을 확고히 했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고위급 전략 협의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뿐 아니라 여타 도발에 의한 평화 및 안전에 대한 위협에 대응한다는 공약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확고한 억지 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북한의 모든 형태의 도발에 보다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우리의 동맹을 현대화하고 긴밀한 공조를 증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공동설명서에도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기반한 상호 안보 증진과 함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통해 한국을 방어한다는 한·미 동맹의 근본적인 임무를 재확인 했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는 그만큼 한·미가 북핵과 북한 문제에 높은 정책적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한반도 안보 정세에 비춰볼 때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트너십 논의 강화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포괄적 전략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미국 일각에서 거론되던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며 한국이 글로벌 동맹에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미국과 좋은 관계를 갖는다고 해서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면 그것이 미국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지만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아주 좋은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우리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분야의 파트너십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글로벌 이슈에 관해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에 걸맞은 역할을 해줄 것을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와 의료분야, 난민지원 등에 관한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과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이 2020년 이후에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둬야 하는 탄소 감축 목표를 발표한 것을 치하 드리고 싶다"면서 "한국의 리더십이 전세계 신흥 경제국에게 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볼라 퇴치와 저개발국 개발에 관한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 양국은 전 세계 소녀, 젊은 여성들의 교육과 보건을 진흥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TPP 가입 협조 이끌어내
경제분야에서는 TPP 가입에 관한 미국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낸 점이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미 높은 수준의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한미 양국은 TPP에서도 자연스러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TPP 협상이 타결된만큼 양국은 우리의 참여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미관계 현황 공동설명서'에도 "미국은 TPP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는 것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또 "한·미 양국은 TPP와 구체적인 관심사항에 대한 건설적인 협의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협의를 심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명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TPP에 대한 적극적 참여 의사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미국측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TPP 가입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지난 15일 열린 한·미 재계회의에서는 "TPP 같은 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확산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무역체계 강화에도 양국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도 "TPP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은 TPP에 있어서도 미국의 자연스러운 파트너라고 생각한다"고 가입 의사를 재확인 했다. 다만 주목을 끌었던 한국형 전투기(KF-X) 기술이전에 대한 성과가 없었던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