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확인 ‘캣맘 사건’과 본사의 입장 <편집부 기자수첩>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이른바 '캣맘' 벽돌 사망사건의 용의자가 옥상에서 '낙하실험'을 한 초등학생이라는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캣맘 사건은 길고양이 증오범죄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8일 오후 경기 용인의 한 아파트 단지 1층 화단으로 1.82㎏에 달하는 시멘트 벽돌이 떨어졌다.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조준한 것 마냥 때마침 화단에서 길고양이의 집을 지어주고 있던 아파트 주민 50대 캣맘이 머리에 벽돌을 맞아 숨졌다. 옆에 같이 있던 20대 남성은 튕겨 나온 벽돌에 머리를 맞아 다쳤다.
애초 경찰이 벽돌 자연낙하 가능성을 배제하고 수사에 나서면서, 길고양이를 향한 증오 범죄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 발생 전부터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 '캣맘 약 올리는 방법' 관련 글들과 이런 방법을 비판하는 댓글들이 수두룩 게재돼 있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캣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과 이들을 포용하고 이해해줘야 한다는 사람들 간 갈등은 과거부터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 직후 캣맘을 표적으로 한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되자 SNS 등 인터넷에서 캣맘 행위에 대한 갑론을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캣맘에 대한 혐오 범죄라면, 자기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의 생명을 빼앗은 사건으로 각박한 사회 풍토가 빚은 참극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어이없게도 18층 옥상에서 이뤄진 초등학생들의 장난 또는 과학실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본사도 이 사건을 보도함에 단 한차례 사망자의 숨진 사실을 보도한 후 캣맘 증오범죄인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 언론사들은 모두 연일 이 사건 보도를 계속하는데 왜 본사는 보도하지 않느냐?는 소리도 있었으나 보도에 매우 신중을 기해 후속보도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각 언론사들의 양식과 보도행태들에도 매우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추론을 스트레이트 기사로 ‘캣맘 증오범죄’인양 몰고 보도하는 행태는 언론기본 양식의 정도가 전혀 아니다. 특히 이 사건이 ‘캣맘 증오범죄’가 아니라고 밝혀진 이상 본사는 이 사건 보도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돌아가신 분이야 너무나 억울한 일이지만 범죄가 아니라 어린 초등학생들의 장난 내지 과학실험에 의한 사고사라는 점에서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 피해도 양식있고 책임있는 언론사라면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사람을 죽이려고 작정한 아이들도 아니고 고의성을 굳이 따지는 것도 경찰이 할 일이지 이런 류의 사안을 언론이 캐내는 일이 과연 의미있는가? 자신들의 장난이나 소위 ‘실험’이라는 행동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아이들이 받을 정신적 고충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물론 잘못했지만 그동안 이사건에 대한 언론들의 태도를 볼 때 어떤 면에서는 가히 언론 테러 수준이었다. 아이들 잘못에 대한 책임은 법과 부모님 꾸중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언론들이 아이들을 더 이상 괴롭힐 사안도 아니다. 한마디로 죽은 이나 아이들이나 안타까운 일인 것이다. 생각없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사람이 맞아 죽었듯 확인없이, 디테일한 생각없이 쏟아내는 막무가내 보도행태들도 아이들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들도 되짚어볼 일이다. 애독자들과 국민들을 위해 어떤 악의 권력에도 굴해서 안되는 언론의 사명, 현재 확인된 이슈들도 각계에 널려있다. 건드리고 파헤칠 사안을 제대로 파헤치자 !
스포츠닷컴, 추적사건25시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