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 한국과 미국이 다른 이유
이번에 정부주도로 처음 실시해 본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비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백화점 할인 폭을 보면 대부분 10~20% 수준으로 연중 세일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원조격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반값은 기본이고, 70% 이상의 파격가도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는 미국처럼 소비자들이 반길만한 큰 폭의 할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국내 백화점들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미국의 블랙 플라이데이 행사에서 할인율은 최신 TV나 휴대전화도 반값이거나 그 이상이다. 이런 할인이 가능한 것은 제조업체들이 행사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우리 백화점들과의 중요한 차이점은 상품확보 방식이다. 미국 백화점들은 상품의 70%가량을 직접 사들여 판매한다. 얼마에 팔지도 백화점이 결정하기에 재고가 쌓이면 연말에 과감한 할인 처분이 가능하다. 반면에 우리 백화점들은 직접 사들여 판매하는 '직매입' 비중이 단 7%이고 입점업체들에게 장소만 제공해주고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받고 있다.
즉 세일이라고 해도, 백화점이 수수료를 좀 내리거나, 입점업체들이 이윤 일부를 포기하는 수준이어서, 큰 폭의 할인 자체가 힘든 것이다. 백화점 수수료에 할인까지 하면 한국 백화점은 제품 하나 팔아도 거의 이윤이 마이너스가 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들에게 직매입 비중을 늘리도록 유도해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미국의 경우는 점점 직매입 쪽으로 많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성도 늘려가고 임대매장이나 수수료에 의존한 방식은 줄어들기에 반값이상 70%할인도 가능한 것이다.
이번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과실은 철저히 납품업체가 아닌 백화점만 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게다가 재래,전통시장은 과실의 꿀맛도 모른다.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 입안자들이 보다 더 세밀한 조사와 적지않은 과제가 남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 더 화만 나게 만드는 '전시경제행정'에 불과한 것이다. 표피상의 경제지표 요소만 좋아진다고 국민들 마음이 따뜻해지나?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