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올해 우리경제 ‘2%대 저성장’ 공식화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2%대로 공식화했다. 지난 7월 경제전망에서 처음으로 2%대(2.8%)로 성장률 낮춘 한은은 10월 최종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7%로 다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3.3%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3년 만에 3%대 성장률을 회복했다가 1년 만에 다시 2%대 성장률로 떨어진 것이다.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부진에 2분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과 가뭄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성장세가 부러졌다.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작년 하반기부터 4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정부가 11조원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지만 결과적으로 ‘3%대 성장률’ 사수에 실패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15일 발표한 ‘2015~2016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7%, 내년 경제성장률을 3.2%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에서 각각 0.1%p 낮춘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배경과 관련 “2분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예상성장률이 0.4%에서 0.3%로 낮아진 점이 반영됐고, 물가상승률은 저유가가 예상보다 길어진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3%대 성장률을 목표로 했던 정부도 입장이 바뀌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올해 수출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목표했던 수준보다 하방리스크가 좀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2%대 성장률에 무게를 두었다. 당초 시장 안팎에선 올해 성장률이 2%대 초중반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거론됐다. 그러나 한은은 예상외로 미세조정을 했다. 2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밑돌았지만 3분기부터 소비회복세가 컸고 4분기에도 개별소비세 인하,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 내수진작책 효과로 성장이 기대되서다.
당분간 한국경제는 내수 중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2.7% 성장률 중 내수기여도는 2.5%, 수출기여도는 0.2%다. 내년 3.2% 성장률에서 내수기여도는 2.3%로 수출기여도 (0.9%)보다 여전히 높을 전망이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세계교역 신장률이 떨어졌고 중국 경기둔화와 가공무역 축소로 수출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내년에도 내수위주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도 3.3%에서 3.2%로 0.1%포인트 낮췄다. 다만 ‘3%대 성장률’ 전망을 유지해서 내년 성장경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총재는 “우리경제의 생산성과 그동안의 자본축적도 등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이) 3%대 아래로 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0.7%, 내년 1.7%로 하향 조정됐다. 7월 전망과 비교해 올해는 0.2%p, 내년은 0.1%p 낮춘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금년 믈가 전망치가 낮춰진 것은 무엇보다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데 주로 기인한다”며 “4분기부터 유가하락 기저효과가 점차 소멸돼 올해보다 물가상승률이 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은은 취업자 수가 올해 33만명, 내년은 34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올해 3.7%, 내년 3.5%로 전망했고 고용률은 올해 60.3%, 내년 60.4% 수준으로 예측됐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100억원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7월 전망(980억달러 흑자)에서 대폭 증가한 것이다. 예상보다 유가가 더 떨어졌고 수입이 많이 감소해서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930억달러로 올해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향후 성장과 물가 경로는 미국과 유로지역 등 선진국 성장세와 중국 실물경제 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변수에 따라 변동성을 나타낼 전망이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이 2%대 중후반대인 주요 기관들과의 격차를 고려할 때 ‘장밋빛 전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