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권의 유령, 죽었다 다시 살아난 조희팔
조희팔 사건이란 무엇인가?
단군이례 최대의 사기꾼 조희팔은 2004∼2008년까지 5년간 전국에 10여 개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 명의 돈 4조원을 가로챘다. 그는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였다. 그러던 중 사기행각이 드러나자, 경찰이 기소하기 직전인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하였다. 중국에서는 가명을 쓰고 조선족으로 신분을 완전히 위조한 뒤 중국 옌타이 인근에 숨어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2년 5월 21일, '조 씨가 2011년 12월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으며, 같은 달 국내로 유골이 화장되어 이송된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조 씨에게 사기당한 수많은 피해자들은 그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위장 사망을 꾸민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한편 경찰청은 2012년 6월 5일 조 씨 유족이 국내 모 납골당에 안치한 유골과는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 추모용 뼛조각을 입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DNA 조사를 의뢰하였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6월 29일 조사 결과, 감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희팔 사건, 재수사의 의미는 무엇인가?
조희팔 사건의 의미는 다름이 아니다. 사건이 발생한 시기가 2004∼2008년에 해당, 바로 노무현 참여정부의 경찰행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의 여부, 사건과 관련 수사경찰이나 검찰이 조희팔이나 다른 누군가의 뇌물로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의 여부, 사건의 내용이 워낙 거액이고 피해자들이 많아 혹 조희팔의 죽음이 사실이 아니라면, 이 희대의 사기극을 연출하도록 도운 뒷 정치적 배경은 었는지?의 여부도 재수사해 밝혀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희팔이 죽었다고 발표했다가 강신명 경찰청장은 “조희팔 죽음의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하여 경찰발표 자체가 희대의 코미디가 된 사건이다.
조희팔, 정관계 로비 리스트 있다
조희팔의 최측근 A 씨와 함께 수감 생활을 하고 4월 출소한 한 인사는 13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A 씨에게서 조희팔이 중국에 사업차 종종 가고 캄보디아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A 씨가 갖고 있는 정관계 로비 리스트를 직접 봤는데 40∼50여 명의 이름과 날짜, 액수 등이 적혀 있었다”며 “다른 측근이 갖고 있는 수첩에도 비슷한 내용의 정관계 주요 인사 로비 내용이 적혀 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일부 정관계 유력 인사의 이름과 액수를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조희팔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경찰의 사망 발표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에 국내로 송환되는 강태용의 진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강태용은 조희팔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검사, 오모 전 대구지검 서부지청 총무과장 등과 고교 선후배 사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희팔 사건으로 처벌된 검찰, 경찰 인사 6명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경찰은 강태용에게서 차 구입비 명목 등으로 56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수배 중이던 전직 경찰관 안모 씨(46)를 2년여 만인 올해 8월 검거하기도 했다.
당시, “조희팔 사망했다”고 발표한 경찰은 ‘박관천’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들은 그동안 경찰의 지지부진했던 수사와 ‘조희팔 사망’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조 씨의 최측근인 강태용 씨가 중국 공안에 검거된 것을 계기로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이 조 씨의 장례식 동영상과 사망진단서만을 근거로 사망을 단정한 경위가 의심스럽다. 사망진단서에는 중국 공안의 확인 도장조차 없다. 당시 사망을 발표한 경찰청 지능수사대장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박관천 경정이다. 조 씨의 생존 행적에 대한 증언이 이어진 만큼 경찰 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언론이 공개한 통화녹취록에는 조 씨가 중국에서 자신을 만나고 간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A 씨에 대해 “××들 전부 다 돈만 뜯어가고, 일은 하지 않고…”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취록을 보면 검찰 고위 간부를 연결하는 로비 채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검찰은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뇌물 2억4000만 원을 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와 15억 원을 받은 검찰 수사관, 9억 원을 받은 권모 총경 등 3명을 비호세력으로 적발했다.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도피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정·관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검찰은 청탁 로비를 맡았던 강태용 씨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검은돈을 받은 비호세력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대구 경북지방에는 이 사기 사건으로 가산을 탕진한 사람들이 10만여명, 가시를 탕진하고 자살한 피해자만도 10여 명에 이른다.
서용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