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변호사 시대, 폐업변호사 늘어나
10월 들어 국내 등록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지난달 1만 9900여 명이던 상황에서 제4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1565명 중 300~400명이 6개월 의무연수를 마치고 법률시장에 새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2만 명 시대’는 국내 로펌들과 변호사업계에 ‘수임전쟁’을 불러왔다.
중앙일보가 10대 로펌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변호사 수 급증에 따른 덤핑 수임 등 시장 여건 악화를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꼽았다. 실제로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사건수임 건수가 2011년 2.8건에서 지난해 말 1.9건으로 떨어졌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휴업계를 낸 변호사는 3404명에 달했다. 지난해 말(2754명) 이후 8개월 만에 65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휴업률은 17.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변협 관계자는 “개인 변호사의 경우 건당 수임료가 500만원에서 100만~200만원대로 떨어져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내고 폐업하는 변호사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고용된 사내변호사(Inhouse Counsel) 집단이 국내 5대 로펌 규모로 성장한 것도 로펌엔 새로운 도전이다. 조사결과 4대 그룹의 사내변호사는 미국·중국 등 외국 변호사를 포함해 삼성그룹 580여명, LG그룹 300여명, 현대차·SK그룹 각 150여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사건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로펌들은 ‘저가 수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대표급 변호사는 “종전에 로펌에 맡겼던 자문·송무 사건을 사내변호사들이 자체 소화함에 따라 로펌사건이 크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꽤 이름있는 국내 모 로스쿨 국제경제법 교수는 “국내 로펌도 미국처럼 사전 협상·조정·중재 등 비송(非訟)시장과 의료·이민 등 새 영역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