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파렴치한들이 교장, 이사장” 서울 충암중-고교 학부형들 충격
서울 충암중·고교가 학생들에게 먹일 쌀 등 식재료를 빼돌리거나 재사용으로 새카맣게 변한 식용유로 조리하는 등 급식을 엉망으로 운영해 왔다는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4월 “교감이 공개 석상에서 급식비 안 낸 학생들에게 ‘밥 먹지 마라’고 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충암 중·고교에 대한 감사를 벌여 “(학교 당국이) 납품받은 식용유 10통당 약 4통씩은 빼돌리고, 나머지 기름을 여러 차례 재사용하는 방법 등을 써서 2011년부터 최근까지 식재료·식자재비 최소 1억5367만원어치를 빼돌렸다”면서 “이 기간에 최소 4억1035만원의 급식 예산을 횡령한 의혹이 있어 충암고 전 교장과 충암학원 전 이사장 등 18명을 검찰에 고발했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 결과 ‘빼돌리고 남은 식용유는 새카맣게 변할 때까지 몇 번이고 재사용했다’는 이 학교 급식 조리원 증언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 감사대로라면 이 학교 학생들은 수년간 나쁜 기름에 튀겨진 각종 반찬을 먹은 것이다. 더구나 쓰고 난 폐(廢)식용유를 팔아 착복하고, 쌀 등 다른 식재료를 빼돌린 정황도 포착됐다. 종이컵·수세미 등 소모품은 부풀려 청구하는 식으로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시교육청은 밝혔다.
이 학교는 식당에서 교실까지 음식을 배송한 용역업체 직원들 숫자를 부풀린 의혹도 받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학교는 급식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교실에서 급식을 받아 식사하는 학생이 많은데, 실제 음식 배송은 고용했다는 용역업체 직원이 아닌 조리원들이 맡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배송료와 용역 직원 4대 보험료 등 최소 2억5668만원을 학교 당국이 횡령했다”고 말했다.
충암중·고 급식비 횡령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분노했다. 이 학교 학부모는 인터넷 글에서 “아들이 충암중 학생인데, 급식 먹고 배 아프다는 말을 해도 흘려들었던 것이 미안해 미칠 지경”이라며 “제발 애들 먹는 음식 갖고 더러운 욕심 채우지 마라”고 적었다. 충암고의 한 학생은 “일주일에 2~3번 ‘검은 튀김’ 나오는데, 교훈은 ‘성실, 근면’이란 사실이 참 웃긴다”고 했다. 다른 학교 학부모들도 “충암중·고 급식만의 문제가 아닐 것 같아 불안하다”며 “학생 건강을 담보로 돈을 챙기는 일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에 대해 충암중·고교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식용유는 불순물을 걸려 두 번까지 쓴 적이 있지만 ‘삼탕’까지 쓴 적이 없었고, 소모품 과다청구는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 차이가 난 것일 뿐 빼돌린 것은 아니다”며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교육청은 서울 300여 사립 중·고교로 급식 감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립학교 급식 비리에 대해 전수 조사하거나 일부 표본 조사하는 식으로 추가 감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학부형은 “이런 파렴치한들이 교육자고 이사장이었다니?” 하면서 울분을 금치 못하고 있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