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유엔연설서 '北인권' 공론화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북한의 도발 위협과 함께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거듭 문제 삼고 나서 향후 남북관계 등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0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지난 1년 간 인권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큰 이목을 끈 사안의 하나는 바로 북한 인권문제"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인권 개선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한 것은 지난해 69차 총회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박 대통령은 작년 총회 연설에서 "오늘날 국제사회가 큰 관심과 우려를 갖고 있는 인권문제 중의 하나가 북한 인권"이라며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권고사항 채택과 유엔 북한인권사무소의 서울 설치 문제 등을 거론,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탈북민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탈북민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엔 해당기구와 관련 국가들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 인권문제는 북한 당국이 핵 개발 등에 못지않게 외부로부터의 지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박 대통령은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을 직접 촉구하기보다는 "한반도 통일이 북한 핵과 인권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관련 문제를 우회적으로 언급해왔다. 때문에 박 대통령이 이날 북한의 인권문제를 재차 공론화한 사실을 두고 일각에선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위협과 맞물려 '경우에 따라 국제사회와 함께 강도 높은 대북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이 내달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제4차 핵실험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데 대해 "이는 어렵게 형성된 남북대화 분위기를 해칠 뿐 아니라 (북핵) 6자 회담 당사국들의 비핵화 대화 재개 노력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추가 도발보다는 개혁·개방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유엔총회장에 있던 북한 측 유엔 대표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 마지막 뉴욕일정, 한국문화원 찾아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마지막 일정으로 뉴욕한국문화원을 방문했다. 외국에 한국문화원이 개원한 이래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방문이다. '문화융성' 차원에서 세계 문화의 중심도시인 뉴욕에서 한류 확산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현지 문화예술계·스포츠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케이컬처(K-Culture) 서포터즈'도 구성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뉴욕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전통문화의 재발견'을 주제로 열린 국가브랜드 전시 및 케이컬쳐(K-Culture) 체험행사에 참석했다.
1979년 재외 한국문화원이 첫 개원한 이래 현직 대통령이 문화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79년 일본에 도쿄문화원이 생겼고 이어 같은 해 12월에 뉴욕문화원이 문을 열었으며 현재 총 28개의 문화원이 개설돼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한국문화원을 직접 방문한 것은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전통문화에 기반한 국가브랜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류 확산을 통한 '코리아 프리미엄(Korea Premium)' 창출의 전진기지로서 한국문화원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국가브랜드 전시 및 K-컬쳐 체험행사'에서 세계태권도연맹 홍보대사이자 미스USA 출신인 니아 산체스와 한복을 살펴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화원 1층에서 대한민국 국가브랜드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한·미 주요 인사들의 '한국다움'에 관한 릴레이영상을 관람하고 한국문화와 관광콘텐츠를 담은 '인터랙티브 도어' 등을 체험했다. 또 6층 문화원에서는 한식과 한복, 공예품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실물과 함께 최신 쌍방향 미디어전시기법으로 소개한 케이컬처 체험관을 둘러보고 문화상품들에 인증마크도 부착했다. 체험관에서 부착하는 인증마크는 국가브랜드 시범 공모전 수상작의 태극 옷고름을 모티브로 만든 것으로 한국 대표 문화상품의 품격을 상징하는데 활용하게 된다.
또 체험관의 전시 콘텐츠들은 오는 12월 개설될 아랍에미레이트의 한국문화원을 비롯해 등 앞으로 개설되는 재외문화원들의 기본모델로 활용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전시 참관 뒤에는 현지 문화예술계·학계·스포츠계·패션계 인사 및 한국전쟁 참전용사, 학생 등으로 구성돼 이날 발대식을 갖는 케이컬처 서포터즈를 만나 양국 문화교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뉴욕한국문화원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있는 한국문화원이 5000년 한국문화의 매력을 알리고 국가브랜드를 소개하고 문화외교를 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에 유학하던 시절 하숙집 주인의 손자이면서 서포터즈에 참여한 에드가 버드빌씨는 "조부모의 홈스테이 때의 인연을 생각하게 된다"며 "대사 활동을 기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