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선 새정치연, 마지막 폭발할 것이냐 말것이냐?
정치권의 시계가 내년 4월13일 20대 국회의원총선거를 향해 째깍째짝 흐르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과연 난파선으로 마지막 폭발을 할 것이냐? 아니냐? 기로에 서 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가 지난 23일 활동 종료 직전 하급심에서 유죄를 받은 사람을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안을 당규로 확정하고, 전직 당 대표들에게 '약세지역 출마' 또는 '용퇴' 요구한 것이 갈등의 촉매가 됐다. 정치권은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비주류의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 문 대표의 대권 라이벌인 안철수 의원에게 칼을 겨눴다고 해석하고 있는 가운데 비주류 의원들도 덩달아 바짝 긴장하며, 계파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계파는 크게 주류와 비주류로 나뉜다. 주류는 문재인 대표를 주축으로 한 친노세력이고, 비주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박지원 의원 등 호남권 세력과 문 대표의 당내 대권 라이벌인 안철수 의원 세력으로 다시 분화된다. 사실상 비주류의 주축인 박지원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로부터 희생을 요구받으면서 비주류는 '공천 피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다음달 20일까지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천 배제 대상자인 현역의원 하위 20%를 추려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현역의원 평가는 지지도 여론조사(35%), 의정활동·공약이행 평가(35%), 다면평가(10%), 선거기여도 평가(10%), 지역구 활동평가(10%) 등을 통해 하위 20%를 공천에서 배제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정치신인과 여성 후보자에 대한 가점제가 실시되면서 현역의원 가운데 물갈이 대상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혁신위가 정세균·이해찬·문희상·김한길·안철수 의원 등 전직 대표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희생을 촉구하면서 긴장은 더욱 고조됐다.
호남 지역 의원들의 위기감이 가장 심각하다. 최근 재신임 정국을 거치며 당 주류에게 유리한 고지를 빼앗긴데다 좌장격인 박지원 의원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도덕성은 우리 당을 넘어지게 하는 흙무더기"라며 "하급심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말해, 사실상 박지원 의원을 겨냥했다. 박 의원은 저축은행 로비 사건으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박 의원은 25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DJ(김대중 대통령)는 7년 반 전 오늘을 예상했을까요"라며 "저에 대한 (탈당 예상) 보도로 당 간부·의원·기자·친지들의 전화와 문자가 엄청 왔지만 세 명 전화만 받고 응답을 안했다. 그만큼 생각이 많다. 미안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추석 후 탈당하는 방안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지역구의 한 당 관계자는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무슨 죄를 지었느냐"며 "총선 때마다 호남 물갈이, 호남 중진 열세지역 출마론 등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결과적으로 호남출진의 정치인들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트렸다. 안철수 의원 역시 혁신위의 인적쇄신안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23일 혁신위의 요청 직후 "정치인은 지역 주민과의 약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제 지역구인) 노원병은 서민과 중산층이 아주 많이 모여 사는 곳이고, 저는 그 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언, 혁신위 요청을 거부했다.
안 의원은 최근 들어 문재인 대표에 대해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낡은 진보' 청산을 강조해왔다. 이는 당의 친노 '86그룹'(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을 지칭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때문에 조만간 86그룹의 용퇴를 요구하는 등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안 의원과 가까운 송호창 의원은 2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낡은 진보에 대해 "과거 운동권 경력이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과거 운동과 희생 경력 때문에 현재 부정이나 비리 등을 저질러도 징계 면제받는 풍토 등이 모두 낡은 진보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호남권 비주류 의원들의 경우 '호남발 신당'이라는 '플랜B'를 마련해놓고 탈당 가능성을 무기로 주류를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안철수 의원의 경우 문재인 대표와의 대권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당내 혁신과 공천경쟁에서 물러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을 주축으로 한 호남권 비주류 세력이 탈당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고, 안철수 의원원이 '낡은 진보' 청산을 요구하며 문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구성과 활동 과정에서도 극심한 진통이 예고된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주류,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호남권 비주류, 안철수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주류는 아슬아슬한 세 대결과 기싸움을 벌이며 한 판 승부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