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X사업, 수상한 점 한두가지가 아니다
장명진 방사청장, KF-X사업 핵심기술 부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아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25일 미국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의 핵심 기술 이전 승인을 거부한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장 청장은 이날 기자에게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것은 올해 3월이 마지막"이라며 "그 이후로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KF-X 사업의 4개 핵심기술 이전 승인을 거부한 것은 올해 4월이다. 장 청장의 말대로라면 장 청장이 이같이 중요한 사실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은 것이 된다. 장 청장은 "내가 직접 보고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실무진에서 다른 경로로 청와대에 보고했을 수는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장 청장과 동행한 방사청 관계자는 "해당 부서에서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검증 착수
청와대는 이날 방사청에 KF-X 사업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사업의 부실이나 비위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착수했다. 청와대가 요구한 자료는 주로 절충교역(군수품 수출국이 수입국에 제공하는 기술 이전 등의 혜택)에 관한 것으로, 검증 작업이 미국의 기술 이전 거부와 관련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방사청이 지난 4월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을 거부한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장명진 청장은 "이 사업(KF-X)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직접 관련 사안을 챙기려고 한다"며 "믿어주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잘 돼야 현재 운용 중인 KF-16을 비롯한 전투기 후속 물량을 국내 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관진이 수상하다
건국 이래 최대 무기사업인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차질과 관련해 청와대가 어제 “민정수석실에서 KFX 사업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미국 록히드마틴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2025년까지 KFX를 개발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국감에서 미국 정부가 올 4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의 장비 통합 등 4가지 핵심기술 제공을 불허한 사실이 국민 앞에 폭로됐다.
청와대가 방사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지만 다른 곳도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조사에 나섰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방사청 차원이 아니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국방부 장관이던 2014년 3월 24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차기전투기(FX) 사업의 단일 후보인 록히드마틴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미국의 대외군사판매(FMS·정부 간 계약) 방식으로 구매할 것을 결정했다. 이미 FMS 방식의 수의계약으로는 핵심기술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새누리당에서 나온 다음이었다. 방추위가 2013년 9월 24일 단일 후보였던 보잉의 F-15SE를 스텔스 성능이 없다는 이유로 부결시키고 재추진을 결정했을 때도 위원장은 김관진이었다.
김 실장은 2013년 9월 3일 국감에서 “국방 업무에 국방부 장관이 책임을 안 지는 분야는 없다”며 “특히 세금 8조3000억 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FX에 대해 책임지고 (기종 결정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록히드마틴은 사업제안서에서부터 4개 핵심기술 이전이 불가능하다고 밝혔고 방사청도 이를 알았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을 기대한 채 계약했다. 최근 온통 이 문제로 나라가 떠들썩한데 국가 안보컨트롤타워의 수장인 김 실장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장명진 방사청장은 어제 “박근혜 대통령 대면보고가 올 3월이 마지막이었다”며 미 정부에 핵심기술 이전이 거부된 사실을 직접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동창을 방사청장에 임명했는데도 장 청장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장 청장은 “저를 믿고 맡겨주면 국내기술로 개발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북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폭격을 겪은 뒤, 우리도 적을 ‘참수’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가져야 한다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졌으면 경위가 뭔지, 관련 비리는 없는지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더구나 KFX 개발 차질로 2020년 이후 방공 전력의 공백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방사청이 잘못한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김 실장이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인지 청와대는 한 점 의혹 없이 밝혀내야 할 것이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