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UN 개발정상회의 기조연설
유엔 개발정상회의 및 제70차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보건·교육을 위해 향후 5년간 2억달러(약 2천4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본부에서 열린 개발정상회의 본회의에서 9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은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해있는 개도국 소녀들을 위해 보건·교육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인 '소녀들의 보다 나은 삶'(Better Life for Girls) 구상을 내년에 공식 출범시키겠다"며 이러한 지원계획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소녀를 포함한 미래세대에게 보건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투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새마을운동과 관련, "한국의 성공적 농촌개발전략인 새마을운동을 '신(新) 농촌개발 패러다임'으로 발전시켜서 개도국의 농촌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개도국들의 현재 상황과 현실에 맞춰 우리의 새마을운동 경험과 노하우가 적절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UNDP(유엔개발계획) 및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개도국 발전을 위한 재정 지원을 꾸준히 확대하고, 개발협력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국은 효과적인 개발재원 활용과 적절한 개발협력 사업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입증하는 모범사례"라며 "한국은 2012년 출범한 부산 글로벌파트너십이 '2030 지속가능개발의제(SDGs)' 이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한 "개발협력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내년에 국제원조투명성기구에도 정식 가입할 예정"이라며 "SDGs가 현실이 되려면 강력한 후속조치와 함께 평가 메커니즘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유엔경제사회이사회 의장국으로서 신뢰성 있는 견실한 평가체제 구축을 위해 건설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개발정상회의 개회식에서 공식 채택된 17개의 SDGs에 대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인류사회,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구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저는 SDGs에서 제시된 미래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우리와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내야만 하는 실천적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리고 다음 세대와의 엄중한 약속이라는 역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개발의제에 담겨있는 17개 개발목표를 성실히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개발전략 수립·시행 과정에서 사람을 중심에 놓고 경제, 사회, 환경을 아우르는 균형발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며 "SDGs 이행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사회 변화의 동력이 되는 만큼 각국은 여건에 맞는 이행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되 모든 가용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SDGs 이행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개발목표 달성의 제도적 토대가 되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거버넌스와 법치, 인권과 양성평등의 원칙도 굳게 지켜나가야 하겠다"라며 "정부가 새로운 개발의제의 이행을 선도해 나가는 과정에서 민간과 시민사회의 참여도 확대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대통령, 반기문 UN사무총장-"북한, 핵 집착 버리고 대화 나서야“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나 북한이 도발을 중지하고 대화할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으로 반 총장의 관저에서 진행된 만찬 자리에서 한반도 분단과 남북 간 이질성 극복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제반 노력을 설명하며 "북한이 핵 집착과 소극적인 대화 태도를 버리고 남북 대화에 호응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 국제사회가 손을 내밀 것이고, 우리도 동북아개발은행 등과 같은 구상을 발전시키면서 북한이 협력의 길로 나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최근 국가브랜드 키워드 대국민 공모에서 현재의 한국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는 단어로 '열정'이, 미래의 한국다움을 반영하는 키워드로 '통일'이 꼽힌 점을 거론하면서 "통일에 대한 감각과 가치가 많이 커졌다"고 전했다.
이에 반 총장은 "다음달 10일(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려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있다"며 "북한이 앞으로 도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의 대화의 길로 나올 필요가 있다"고 박 대통령의 의견에 공감했다. 반 총장은 "끈기와 원칙에 입각한 결과 남북 대화가 돼서 지난 8월25일 남북 고위급 합의가 이뤄진 것을 축하한다"며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통일 촉진을 위한 일에 유엔이 지원하겠으며 성공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동북아 지역에 국가 간 갈등이 많은데 국가 간 협의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한 뒤 반 총장이 자신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지지한 것에 사의를 표하고 향후 지지 및 성원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이번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될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와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박 대통령은 파키스탄과 덴마크 외에 27일 나이지리아 정상과 추가로 양자 회담을 갖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