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네들이야 뭐라하든 말든,,,” 새정연 혁신안 통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 통과, 어떤 내용인가?
16일 논란 끝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안이 박수 만장일치로 표면적으로는 당 중앙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날 통과한 혁신안은 앞서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지도체제 변경과 공천개혁안 등 크게 두 가지다. 두 가지 모두 변동없이 당무위를 통과한대로 '만장일치' 의결됐다. 주류-비주류간 충돌이 예상됐던 공천개혁안은 *공천선거인단 구성안 *결선투표제 *신인가산점제 *선출직 공직자의 총선출마시 감점안 등 공천룰을 정하는 당헌 개정 안건 등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차원의 안심번호제 도입을 전제로 당원을 배제한 '국민공천단 100%'로 선거인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안심번호란 실제 전화번호가 아니라 암호화 프로그램으로 생성된 가상의 번호로, 여론조사의 조작·왜곡 가능성을 차단하고 개인정보 유출도 막을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국회 정개특위에서 도입을 추진 중에 있다. 즉 여야가 안심번호제 도입을 합의하지 못하면 이는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새정치연합은 안심번호제 도입이 무산될 경우, 국민공천단 70%에 권리당원 30%로 선거인단을 꾸리기로 했다. 또 부칙으로 당내 판단에 따라 안심번호제를 도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앞으로는 최종 후보자를 선출하기 위해 두 번의 선거를 치르게 된다. 두 번의 선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반발에도 불구, '결선투표제'가 통과됐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란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의 득표자를 대상으로 최종 후보자를 뽑는 제도다. 여성과 장애인에게 주는 가산점은 현행 20%에서 25%로 높였고, 청년도 연령에 따라 15~25%의 가산점을 부여키로 했다. '정치신인'에 대해서도 10%의 가산점을 주되, 그 조건을 당규로 정하도록 했다.
전·현직 의원을 비롯해 기초단체장, 지역단체장, 재선 이상의 광역의원, 혹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됐던 자, 동일 선거구에서 당내 경선에 참여한 자 등은 '정치신인'으로 볼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또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의 4분의 3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공천을 신청하면 10%의 감점을 주기로 하되,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게 됐다. 이와 함께 이날 통과한 새 지도체제 구성 방안은 '대표위원회' 체제다.
앞서 당 혁신위원회는 9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최고위원회 폐지 이후의 새 지도체제 구성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의 과두적 최고위원제를 민주적인 대의지도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표위원회는 당 대표 1인, 5개 권역 대표위원 5인, 여성·노인·청년·노동·민생 대표위원 5인, 당연직 원내대표 1인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또 '민생연석회의'를 새롭게 설치하고 을지로위원회를 전국위원회로 격상시키는 방안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날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비주류, "혁신이 유신 됐다"…50여명 혁신안 투표전 퇴장
반면에 혁신안에 반대해온 안철수·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빛바랜 혁신안’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중앙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의결 정족수(전체 중앙위원 576명 중 과반)를 채우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시작부터 400여명이 모이면서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이 2007년 대선 이후 거듭 패배한 것은 하나 되지 못하고 혁신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혁신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인사말이 끝나자 비노(非盧)계 조경태 의원이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혁신안은 반(反)혁신이자 당에 독(毒)이기 때문에 문 대표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나가라” “도대체 뭐 하자는 거냐”는 등의 고성이 쏟아졌다.
회의도 곧바로 비공개로 전환됐다. 회의장을 박차고 나온 조 의원은 “친노(親盧)가 패거리들을 동원했다”고 했다. 비주류 문병호 의원도 “제대로 된 표결을 위해 무기명 투표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주류는 속속 퇴장했다. 박지원 의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을 하지 않고 회의장을 떠났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 김영환·유성엽 의원과 김두관 전 경남지사 등도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이들 등 뒤로는 야유가 쏟아졌다. 최원식 의원은 “혁신이 유신(維新)이 돼버렸다”고 했다.
권은희 의원은 “(문제 제기를 하려고) 아무리 손을 들어도 만장일치라고 한다”며 회의 도중에 나왔다. 사실상 친노(친문)으로 짜여진 공산당식 억지였다. 박영선 의원도 뒤늦게 회의장에 왔지만 표결하지 않고 바로 퇴장했다. 김한길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안철수 의원은 “혁신안에 반대한다”며 시작부터 불참했다. 당 관계자는 “참석자 중 50명 이상이 퇴장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위 의장인 김성곤 의원은 두 개의 혁신안 안건을 '박수를 통한 만장일치'라며 통과시켰다. 설훈 의원 등은 “이런 결과로 봤을 때 재신임 투표가 필요 없지 않으냐”며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촌극을 발휘했다. 중앙위원 자격으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정 때문에 표결은 하지 않았지만 “혼란은 있지만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눈 딱 감고 단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중앙위는 찬반토론도 거의 없이 2시간10분 만에 끝났다. 비주류들도 “수(數)와 세(勢)에서 밀렸다”고 했다.
친노(친문)주류에서는 “혁신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됐기 때문에 문 대표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도 중앙위 직후 “절대다수가 전폭적으로 혁신안을 지지해줬다”며 “당을 통합시켜서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달라는 간절한 요구다. 이를 받아들여서 제대로 해나갈 책무가 제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반발했다. 비주류 의원 12명은 성명서를 내고 “오늘 중앙위는 찬성을 강요한 의결 절차였다”고 했다.
문병호 의원은 “혁신안은 무효”라며 “문 대표의 재신임 투표라도 제3의 기구에 맡겨서 해야 한다”고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중앙위를 계기로 일방적 독주에 나선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권정치와 결연히 싸우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주류 내부에서는 “우리(비주류)끼리 단합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친노의 독주를 막겠느냐”는 얘기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문 대표와 각을 세워온 주요 인사들이 뒤에서만 얘기하고 앞에서는 입을 닫는 등, 총선을 앞두고 주류 쪽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며 “친노의 세 결집을 당해낼 능력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비주류가 한 줌 제정신과 자존심이나마 있다면,,,,이들의 행동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게 진정 민주주의하는 당이냐?”라고 새정치민주연합을 수십년 동안 지지해온 다수의 지지자들은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