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이재현 CJ회장 사건 파기환송, 배임만 재심리, 횡령, 조세포탈은 유죄
수천억원대 기업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현 CJ그룹 회장(55) 사건이 다시 법정에서 다뤄지게 됐다. 대법원 2부는 10일 이 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252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일본 부동산 매입 과정에서 빚어진 배임 혐의에 대해 액수 산정을 다시해 법 적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임으로 취득한 이득액을 단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가 아닌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서울고법에서 다시 검토해보라는 취지다. 나머지 115억원의 횡령 혐의와 251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는 원심과 같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 회장은 6200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운용하면서 1600억원 상당의 횡령·배임·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그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위해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았고 바이러스 추가 감염 우려와 건강 악화를 이유로 그 기간이 계속해서 연장돼왔다. 이 회장은 오는 11월21일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에 임하게 된다. 앞서 1심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일부 조세포탈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비자금 조성 행위만으로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가 이 사건 주요 쟁점이었는데 1심은 이 회장이 법인자금을 현금으로 지급받아 개인 금고에 귀속시키고 다른 개인자산과 함께 관리해온 점 등에 비춰 횡령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비자금 조성 당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자금이 개인용도로 쓰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직접증거가 없고 회사를 위한 용도로도 사용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해외 계열사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한 것처럼 꾸며 챙긴 115억원을 횡령액으로 봤고 배임액수는 309억원, 조세포탈 규모는 251억원으로 각각 인정해 징역 3년에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다.
엄원지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