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살기싫은 나라"-고용률 적색, 자살율 OECD 1위 등극
'고용률 70% 빨간불'
8월 취업자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지며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달성에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고용률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는 일시적인 분위기로 진단하면서도 명백한 고용둔화세에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8월 취업자는 전년 동월대비 25만6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 21만6000명 증가한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20만명대로 들어선 것이다.
지난 5월 취업자 증가수가 37만9000명으로 급등한 이후 6월 32만9000명, 7월 32만6000명 등 꾸준한 하락세다. 지난해 8월 취업자 증가수인 59만4000명과 비교해보면 더욱 명백한 둔감세가 드러난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7.2%) *도매 및 소매업(-1.9%) *금융 및 보험업(-5.7%), 종사상 지위별로는 *자영업자(-3.1%) *무급가족종사자(-7.4%) 등에서 취업자가 줄어들었다. 이에 고용률은 60.7%로 전년 동월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15~65세 고용률은(OECD 기준) 65.9%로 전년 동월대비 0.2%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 같은 현상에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표정관리에 심각하다. 취업자 증가폭 감소를 지난해 이른 추석으로 인한 자영업자 증가 등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있다. 장현석 고용부 노동시장분석과장은 "지난해에는 9월 초에 추석이 있어 조사 시점에서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했던 부분이 있다"면서 "이번 조사는 산업별로는 도소매업, 지위별로는 비임금근로자 등 명절특수를 누릴 수 있는 부분이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과장은 "물가나 소비 등 전반적인 경제 지표는 이 정도의 취업자 감소를 보일 만큼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다소 안이한 해석을 덧붙였다.
취업자 증가수와 고용률이 예전만 못한 수치를 보이면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2017년 고용률 70%도 달성 여부를 점치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임기의 절반을 넘었지만 고용률은 여전히 60% 중반대의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고용부는 올해 고용률을 66.9%로 설정 2017년까지 단계적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매달 약91만명의 취업자 증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해당 수치의 4분의1 가량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연간 고용률 역시 목표치인 65.6%에 0.3%포인트 미달한 바 있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극적인 반전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금피크제 등을 통해 정년 연장에 대응하며 청년 취업률을 획기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한 고용부 관계자는 "매달 발표되는 취업자 수 증가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되지만, 고용률 등에서 둔화세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노동개혁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청년 고용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10만명당 자살률 28.5명-경제사정이 가장 큰 원인
한편,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정한 '자살 예방의 날'이다. 지난 2003년 첫 제정된 이래 올해로 12년째를 맞는다. 우리나라는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정도로 자살 사망률이 높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10년 연속(2003~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자살이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에 의해 당면한 과제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3년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만4427명으로, 2012년(1만4160명)에서 267명(1.9%) 증가했다. 하루에 39.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통계청이 각 연도별로 발표한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13년 10만명당 고의적 자해 사망자(자살) 비율은 20년 전인 1993년 8.3명에서 3.5배 늘어난 28.5명으로 나타났다.
2013년 자살률은 2012년(28.1명)과 비교해도 0.4명 많아졌다. 2003년 이후 한국의 10만명당 자살률은 OECD 주요 회원국 가운데 최고다. 자살은 10~30대 사망원인 1위이고, 40~50대 사망원인 2위다. 2013년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0명인데, 한국(2012년 기준)은 평균의 두 배가 넘는 29.1명을 기록했다. 자살 사망률 상위권에 포진해있는 헝가리(19.4명)와 일본(18.7명), 슬로베니아(18.6명), 벨기에(17.4명) 등과 비교해도 한국은 월등히 많다. 2013년 자살률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이 39.8명으로 여성(17.3명)에 비해 2.3배 많았다. 연령별로는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데 70대는 66.9%, 80세 이상은 94.7%에 달했다. 2012년과 비교하면 30대(3.8%), 40대(6.1%), 50대(7.9%)의 자살률이 증가했고,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감소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정훈 교수는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원인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본다"며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인데 이런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다 치료가 잘 되지 않으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영리민간단체 자살예방행동포럼 '라이프'도 "자살의 원인은 개인의 문제도 있지만 사회적인 현상과 당면한 과제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각 연도별 통계청이 내놓는 '사회조사'의 2006~2012년 결과를 토대로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다.
경제상황이 최악이었던 시기에 자살률이 급증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의 10만명당 자살률은 1994년까지 10명을 밑돌았으나 1997년 외환위기(18.4명), 2003년 카드대란(22.6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31명)를 거치면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세대별로 보면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자살 충동 이유로 꼽았다. 10대의 경우 성적 및 진학 문제에 이어 가정불화가 이유였다. 가정불화는 경제적인 측면이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사회조사에서 13세 이상 인구 중 한 번이라도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은 6.8%였는데 이 중 37.4%가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택했다. 가정불화가 14%로 2위, 외로움·고독이 12.7%로 3위였다.
'라이프'는 노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른 퇴직으로 인한 경제상황에 대한 불안과 어려움,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서 느끼는 외로움 때문에 60대 이상이 세상을 비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최근 이혼율이 높아지고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독거노인이 늘어난 것도 자살률이 높아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13년도 자살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혼자들의 10만명당 자살률이 남성 18.3명, 여성 6.9명로 가장 낮았고,
미혼자가 남성 20.8명, 여성 11.2명이었다. 이혼·사별한 사람의 자살률은 남성 38.7명, 여성 17.2명로 가장 높았다. 사회구조 탓에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스트레스로 작용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교육수준으로 봤을 때 중졸이하 남성의 10만명당 자살률은 49명에 달했다. 고졸 남성이 20.5명, 대졸 이상이 13.9명으로 학력이 높을수록 줄어들었다. 소득수준을 4분위로 나눴을 때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의 10만명당 자살률이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4분위와 비교해 2.3배 높았다.
이에대해 사회정치 전문가들은 "지금 정부와 국회는 정치놀음(예: 공천권, 계파갈등, 여야, 노사 비타협)할 때가 아닌 사회구조적으로 병적이고 짜증만 나는 심각한 상황이다. 점점 대한민국은 살기싫은 짜증스러운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실질적으로 극복하지도 못하는 정책과 정치가 무슨 정치인가? 당장 내년 총선만 계산하는 당이나 정치인들은 설자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가고 있다.
최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