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전셋값 넉달새 6000만원 껑충, 전세난 심각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면서 전세 매물 자체를 찾기 힘든데다 그나마 있는 물건은 가격이 크게 뛴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서울 강남권에서 대규모 재건축 이주가 예정돼 있어 올가을 전세난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주에 예정된 서울시의 강남권 재건축단지 이주 시기 조정 심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세값, 몇달새 수천만원 뛰어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26%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3주 동안 한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 강북구의 경우 지난주 전셋값 상승률이 0.86%에 이른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품귀현상이 심해지면 전셋값 상승폭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일부 단지들의 전세 가격은 이미 눈에 띄게 올랐다. 최근 송파구 잠실동 잠실리센츠 전용 84㎡의 전세거래는 8억5,000만원에 신고됐다. 지난 5월 7억9,000만원이던 전세 가격이 4개월 사이에 6,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잠실 J공인 대표는 "잠실 인근 단지들은 워낙 규모가 커 전세 매물을 그나마 찾아볼 수 있지만 가격이 크게 올라 수요자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며 "재건축이 진행 중인 잠실 5단지의 경우 전세 매물이 줄면서 월세와 전세의 비중이 6대4로 역전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강북 지역 전세시장 상황도 마찬가지다. 강북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 1차 전용 84㎡의 전세 시세는 4억2,000만원으로 5월 말 3억8,000만원에 비해 4,000만원이 뛰었다. 인근 SK북한산시티 전용 84㎡도 7월 2억7,000만원에 전세 신고가 됐지만 두 달도 지나지 않은 현재는 4,000만원 오른 3억1,000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L공인 관계자는 "전셋집을 구하는 수요자들 입장에서는 가격이 오른 것도 부담이지만 오른 가격에 전세계약을 하려 해도 물건 자체가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거리"라며 "어쩔 수 없이 월세나 반전세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재건축 이주시기 조정결과 주목
전세의 월세 전환과 함께 입주물량 감소, 재건축 이주수요 증가는 올가을 전세난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서울의 올해 새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3만7,000가구)보다 46%나 적은 2만가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1,160가구)와 개포시영(1,970가구), 강동구 고덕주공 3단지(2,580가구) 등 대단지 아파트들이 줄줄이 이주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전셋집 구하기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근 지역에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재건축 이주자들이 강북 및 수도권으로 옮겨갈 경우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오는 10일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강남권 3개 재건축단지의 이주 시기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서울시가 일부 단지에 대해 이주 시기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문제는 재건축단지의 이주 시기 조정이 전세난을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주 시기 조정은 재건축 조합원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봐도 전세난을 잠깐 늦추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과거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잠실 재건축단지들을 대상으로 이주 시기를 조정했을 때도 효과는 단기간에 그치고 말았다"며 "전세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택 공급자들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는 등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