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승절 열병식, 글로벌 파워과시
중국이 3일 항일전쟁·제2차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며 글로벌 파워를 과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상 가운데 최초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나란히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라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부터 진행된 중국 인민해방군의 군사퍼레이드를 참관했다. 박 대통령 자리는 톈안먼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박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한 것은 한·중관계의 질적 도약과 변화된 북·중관계, 나아가 동북아의 역동적인 역학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으로 평가된다. 톈안먼 성루는 1954년 당시 북한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중국 건국 5주년 기념 열병식을 참관하며 6·25전쟁을 함께한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국임을 과시한 자리다.
61년이 지난 이날 시 주석은 북한 지도자 대신 10년 인연의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인 박 대통령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최룡해 당비서는 톈안먼 성루 앞열의 오른쪽 끝편에 자리해 대조를 이루었다. 또 사회주의 이념적 전통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 정상 옆에 박 대통령이 섰던 것 자체가 동북아의 신(新)질서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은 기념연설에서 “중국은 어떤 길을 가더라도 영원히 패권주의를 추구하지 않고 확장을 꾀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이 겪은 전쟁의 비극을 다른 민족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민해방군 병력 30만명을 감축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는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의 군사 팽창을 우려하는 미국과 일본 등 서방세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비전투부대 등을 대거 감축하는 대신 사실상 군 현대화를 통한 강군 육성을 선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열병식에는 중국군 병력 1만2000여명과 500여대의 무기 장비, 200여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특히 공개된 무기 가운데 84%는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거리 900∼1500㎞로 ‘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1D는 2001년 중국 정부가 처음 배치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동안 한번도 공개되지 않다가 이날 행사에서 공개됐다. 둥펑-21D의 파생종인 둥펑-26도 첫 선을 보였다. 사거리 3000∼4000㎞로 태평양상의 미군 전략기지 괌을 타격할 수 있어 ‘괌 킬러’로 불리운다.
유규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