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파주DMZ 지뢰폭발 '북한 의도적 도발' 결론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부사관 2명을 크게 다치게 한 폭발사고는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은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이남을 침범해 지뢰를 매설한 행위가 정전 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DMZ 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침범을 차단하는 작전을 펼치고 있는 군 당국의 경계가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인근에 지뢰를 매설하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군 당국이 안이한 작전 수행으로 사고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지난 4일 서부전선 DMZ 수색작전간 우리 장병 2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건에 대해 현장 정밀조사를 실시한 결과,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침범해 인명살상을 목적으로 매설한 목함지뢰 3발이 폭발해 아군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군 조사에 따르면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군사분계선 이남 440m에 위치한 아군 추진철책 통문에서 발생했다. 추진철책은 DMZ 비무장지대내 군사분계선 인근 북한군의 감시를 위해 주요 지점마다 설치된 일반전초(GP)를 잇는 철책이다. 우리 군은 이 철책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든 통문을 드나들며 수색·정찰 활동을 펼친다.
사고는 지난 4일 오전 7시 35분께 통문을 통과해 북쪽으로 나서던 하모(21) 하사가 지뢰(통문 북쪽 40cm)를 밟으면서 1차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가 발생하자 통문 안팎에 위치했던 수색대원들은 하 하사의 상체와 하체를 붙들고 통문 안쪽 우리 지역으로 후송을 실시했다. 하지만 통문 바깥에 있던 김모(23) 하사가 통문 안쪽 바닥(통문 남쪽 25cm)을 밟는 순간 또 다른 지뢰가 폭발했다. 이 사고로 하 하사는 오른쪽 무릎 위쪽과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고, 김 하사는 오른쪽 발목을 절단해야 하는 중상을 입었다.
폭발 사고 현장에서는 철제 용수철과 공이 등 북한 목함지뢰와 관련된 잔해 5종 43점이 발견됐다. 철재 잔해물과 목함 파편은 녹슬거나 부식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목함 파편에서는 송진 냄새가 강하게 났다고 군은 설명했다. 또한 남쪽에서 북쪽 방향으로 경사가 진 지형이어서 북한 지뢰가 유실됐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군 당국은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계망을 뚫고 군사분계선 400여m 남쪽으로 침투해 지뢰를 매설해 놓았을 가능성을 확정지었다. 사고가 발생한 통문은 우리 군 수색대가 수시로 드나드는 곳으로 지난달 22일에도 작전을 수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의 동향을 미뤄볼 때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사이에 매설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통문 아래쪽에는 두 팔을 넣어 지뢰를 매설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땅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도구를 사용하면 10분 안에 지뢰를 매설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군이 최근 들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지뢰매설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등 특이 징후를 포착한 군 당국이 안이하게 대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은 우천 시를 전후한 때에 지뢰탐지기를 사용해 작전에 임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지만 사고 당시 지뢰탐지기는 동원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작전을 수행할 때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 취해야 했다. 현장은 감시 사각지대로 적이 수풀에 숨어서 기습할 가능성 놓고 면면히 살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현장 지휘관이 전술조치상 과오를 범했다”고 말했다.
합참 "북 도발에 혹독한 대가 치르게 할것"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 살상용 목함지뢰를 매설한 행위와 관련, 10일 강력한 보복응징 의지를 천명하면서 북한에 대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전 발표한 ‘대북 경고성명’을 통해 “우리 군은 수차례 경고한 대로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한이 이번 도발(목함지뢰 매설)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인근 군사분계선(MDL) 남쪽 DMZ에서 수색작전에 투입된 우리 군 부사관 2명이 북한군이 매설한 것으로 확실시되는 목함지뢰에 의해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합참은 “이런 북한의 도발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정상적인 군대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특별조사팀이 합동 현장조사를 한 결과, 북한군이 MDL을 불법으로 침범해 목함지뢰를 의도적으로 매설한 명백한 도발로 판명됐다고 합참은 덧붙였다.
북한군의 목함지뢰란?
북한이 최근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지역에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대인 살상용 지뢰다. 목함지뢰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구소련군이 사용하면서 처음 알려졌고 이후 북한도 기술을 전수받아 주력 지뢰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뚜껑이 있는 나무상자 형태의 지뢰 한 개당 무게는 약 420g정도이고 길이는 22cm, 높이는 약 5cm, 폭은 9cm 가량이다. 상자 안에는 TNT 폭약 220g 가량이 담기며 기폭장치인 MUV퓨즈, 안전핀과 공이, 용수철 등이 장치돼있다.
살상반경은 최대 2m 가량이며 1m 이내 근접거리에서 폭발했을 경우엔 폐까지 손상될 정도의 위력을 발휘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번에 피해를 입은 우리 장병 2명은 발목이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또 3.5m 이내에서도 고막이 파열되고 13m 거리의 유리창문도 파손될 정도로 강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목함지뢰는 상단에 약 10kg의 무게가 가해지면 폭발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상자 뚜껑을 무리해서 열려고 해도 압력으로 인해 폭발한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이 사용된 개량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무나 플라스틱 재질로 인해 지뢰 탐지에 주로 사용되는 금속탐지기에 발견되지 않아 위험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많은 비로 인해 북측이 설치한 목함지뢰들이 유실돼 우리 측 지역으로 떠내려오면서 민간인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한다. 소나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최근에 제작한 지뢰일수록 강한 송진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군은 이번 DMZ 도발에 사용된 목함지뢰의 파편에서도 강한 송진냄새가 나며 철재 구성품도 녹이 슬지 않는 온전한 상태로 유지돼 해당 지뢰들이 유실된 것이 아니라 최근까지 북한군에 의해 보관된 지뢰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