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종걸 파행, 분당 전초전되나?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가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면서 문재인-이종걸 투톱 체제의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최재성 의원을 인선한 데에 따른 항의로 비쳐지고 있다. 25일 본회의를 앞두고 당 의원총회 개최가 예상되는 만큼 이 원내대표가 당 소속 의원들이 모인 의총장에서 문 대표를 향한 공개 비판을 할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당 관계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 등의 연락도 받지 않고 최고위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분간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우선 오후 본회의 일정에는 참석할 것”이라며 “향후 대응은 좀 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심야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대표가 최 의원의 사무총장 임명을 주장하자 “친노당이다 이거냐. 당을 깨자는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23일 문 대표가 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자 “지금껏 문 대표께 당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줄곧 말씀을 드렸지만, 오늘 문 대표는 당 안쪽의 열쇠(자물쇠를 잘못 언급)를 잠갔다”며 “포용하지 않는 정당은 확장성이 없다. 확장성이 없으면 좁은 미래가 있을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유승희 최고위원도 불참했다. 유승희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유승희 의원이 아침 지역구 일정을 소화하느라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최고의원이 “이종걸 원내대표가 반대하는데 문재인 대표가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인선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던 만큼 이날 불참은 사무총장 인선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평가다.
아울러 전날 임명된 5명 가운데 최재성 사무총장과 안규백 전략홍보본부장, 홍종학 디지털소통본부장 등 3명만 참석하고, 김한길계인 김관영 수석 사무부총장과 박광온 비서실장은 불참했다. 당 관계자는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김관영 신임 수석사무부총장의 불참에 대해서는 “오늘만 상임위 일정 때문에 불참하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당 최고위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20대 총선 불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19대 당선 이후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며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 원내대표의 최고위 불참 이후 문 대표를 향한 비노 진영의 불만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29일 문 대표의 요청으로 저녁 식사를 한 자리에서 제가 사무총장 한 사람을 추천했고 문 대표가 그분은 선거구가 견고하기에 총선 지휘에 적합하겠다고 긍정적 답변을 했다”며 “그러나 며칠 후 문 대표는 그분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불편하더라도 포용과 통합의 인사가 필요하다고 수차 말씀 드렸고 분당의 빌미를 주지 않는 인사가 되기를 바랬지만 최재성 의원 사무총장 인선은 참으로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며 “문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에서 친노들에게 불이익을 주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인사는 특정 계파가 독점하고 편한 사람과만 함께 가겠다는 신호탄이다. 동지들과 추후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최재성이 000을 빈방으로 끌고 가 팼다" 무슨 문자?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사무총장에 최재성 의원이 확정된 가운데, 당내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최 의원을 겨냥한 문자메시지가 돌았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23일 <더팩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취재진의 카메라에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한길 전 대표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원내대표가 받은 문자메시지엔 “(중략) 사이에 OOO이 늦게 와서 최재성 자리에 앉자 최재성이 비켜라 OOO이 다른 자리 앉아라 비켜라 저리가라 티격태격하다 최재성이 따라오라고 해서 국회 빈방으로 가서 OOO을 팼답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문자메시지는 또한 “그거 말고도 의총장에서 폭력을 암시하는 동료의원에 대한 협박 발언에 모두 잠잠하자 OOO 의원만 나서서 좌시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있습니다”라고 적혀져 있다. 이와 관련 김한길 의원실 측은 “김 의원이 문자메시지의 내용을 작성한 게 아니라 당내에서 문자메시지가 돌아, 의원님께서도 그것을 받았고 이 원내대표께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사무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상당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문재인 대표는 친노와 가까운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적극 밀었고, 이종걸 원내대표와 당내 비주류는 격하게 반발했다. 해당 문자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누군가가 최재성 의원을 겨냥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일고 있다. 23일 문재인 대표는 결국 비주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재성 의원을 당 사무총장에 임명해 당의 내홍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