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도대체 왜?
자살한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남긴 메모 때문에 정치권이 혼란스럽다. 그런 가운데 이완구 국무총리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날 태완군 의원 등에게 총 15차례 전화를 걸은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12일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완구 총리에 관해 밝혔는데 그는 “이완구 총리가 성완종 전 회장을 만난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군의원에게 각각 12차례와 3차레 총 15차례 전화를 걸었다”며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해 캐물었다”고 발표했다. 2명의 태안군의원은 성 전 회장이 죽기 전 마지막에 만난 사람이다.
이어 “이 총리는 ‘내가 총리다, 나에게 다 얘기해라’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신문 보도를 보고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성완종 죽기전 현정부 10여명 유력인사 집중구명로비 시도,
"깔테면 까라?"
지난 9일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 시신(屍身) 주변에서 발견된 휴대전화 2대는 차명폰(일명 대포폰)이었으며, 성 전 회장은 두 전화기로 현 정부 인사 10여명과 집중적으로 접촉하며 구명(救命) 로비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판도라의 상자'로 주목받았던 문제의 휴대전화 2대를 대검 과학수사부에 넘겨 통화 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한 결과 12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완구 총리와 통화 내역 이기권 전 새누리당 충남도당 대변인이 12일 성완종 전 회장 빈소가 있는 충남 서산의료원에서 이완구 총리가 지난 11일 이용희 태안군의회 부의장과 김진권 전 태안군의회 의장에게 전화했다며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공개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검찰이 지난달 18일 경남기업 본사와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자 자신의 휴대전화 사용을 중단하고 회사 직원 명의의 휴대전화 2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성 전 회장은 숨지기 전날인 8일까지 20일간 이완구 국무총리를 비롯한 10여명의 현 정부 유력 인사에게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번호가 갑자기 바뀐 탓에 상대방이 성 전 회장임을 모르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저 성완종입니다. 전화 받아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도 여러 통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화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 8일 밤까지 계속됐으나 자살한 9일에는 유력 인사와의 접촉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최근 성 전 회장의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친박 인사들은 "성 전 회장이 전화를 걸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리스트를) 까겠다'고 해서 '깔 테면 까라'고 말했더니 많이 서운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휴대전화 분석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적힌 금품 거래 내역을 뒷받침할 만한 문자메시지나 녹음 내용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 통화했던 경향신문 측은 이날 50분 분량의 통화 녹음 자료를 검찰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 본격 수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긴급 주요 간부 회의를 열어 이같이 밝히고 "한 점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대검은 지난 9일 숨진 성 전 회장에게서 현 정부 실세 8명의 이름과 금액이 적힌 메모지가 발견된 데 이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자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수사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2012년 현금 2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2011년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지사, 각각 3억원과 2억원을 줬다는 내용이 메모에 적힌 유정복 인천시장과 부산시장(서병수 시장으로 추정)은 물론 10만달러와 7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 메모에 이름만 적힌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도 특별수사팀의 진상 규명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특별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을 거치지 않고 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를 통해 김진태 총장에게 수사 진행 상황을 직보하는 체제로 운용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불러 "메모지의 작성 경위 등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하고 관련 법리도 철저히 검토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권맑은샘 기자